비열한 거리 : 한국의 무간도같은 느와르 영화
 


 
 최근에 나온 느와르 영화줄 제일 좋아하는 영화를 꼽자면, 바로 영화 <무간도>를 꼽을 것이다. 이 영화는 예고편 자체로 호기심을 자아내게 만들었던 만큼 너무나 기대했던 영화다.
 
 비열한 거리 STORY
 
 병두 이야기.
 
 병두. 조직의 2인자이지만, 스폰서를 잡았다가 사기를 당해 상철의 눈 밖에 난 상태이다.
 
 찌들린 가난, 아픈 노모, 사고뭉치 동생. 꿈이라곤 오직 좋은 스폰서를 잡아 크게 한 건 해서 가족이랑 사이좋게 좋은 집에서 떵떵거리며 사는 것이다.
 
 우연히 동창이었던 민호를 만나 회포를 풀다 우연히 첫사랑인 현주의 얘기를 듣게 된다.
 
 그러다 마지막 희망이라할 수 있는 오락실을 경영하는 일을 맡지만, 맡은 날 적에게 습격을 당해 오락실은 만신창이가 되고 만다. 결국 자신의 희망마져 사라진 그에게 황회장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건낸다. 결국 그로 인해 상철과 대립하게 된다.
 
 병두는 상철의 자리를 이어받아 승승장구하게 되고, 현주의 사랑도 얻는다. 그러던 어느 순간부터 일이 갑자기 꼬여만 가기 시작하는데...
 
 과연 병두의 운명은?
 
 민호 이야기.
 
 영화 감독으로서 건달 영화를 만들기 위해 애쓰지만, 3년째 번번히 시나리오를 퇴짜 맞는다. 그러다가 우연히 동창인 병두가 건달임을 알자 그에게 접근한다. 병두가 첫사랑인 현주를 못 잊어 하는 걸 안 순간, 현주를 만나게해 병두와의 우정을 돈독하게 한다. 
 
 병두를 통해 수없이 많은 이야기들을 모은 민호. 자신의 영화를 만드는데, 병두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사사건건 자신의 일에 참견하는 병두를 탐탁치 않게 여겨 서서히 멀리하려한다.
 
 민호와 병두의 우정은 영원할 수 있을까?
 
 비열한 거리의 볼거리
 
 병두와 민호. 자신의 거울과도 같은 인물
 
 병두와 민호는 각각 건달과 감독이다. 어릴 적 친구인대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아는 사이이다. 그들의 인생은 서로 제각기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이지만, 정작 제대로 되는 건 하나 없다.
 그들에게 남은 건 오직 하나.
 언젠가 크게 한 건 해서 멋지게 살아보자.
 그걸 위해 자신의 모든 걸 건다. 이를 위해선 친구, 명예는 벗어던진 채 오직 자신을 위한 삶을 영위한다. 그런 면에서 이들은 서로 다른 위치에 있지만, 실은 너무나 닮은 존재이다. 마치 거울 속의 자신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물론 이 영화에 나오는 주요 인물들 모두 두 사람과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그건 바로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얼굴이기도 하다.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
 
 이 영화에서 보면, 무엇보다 강점은 바로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다.
 
 조인성은 지난 영화에서의 약한 이미지에서 한층 성숙한 연기를 선보인다. 아마도 그의 연기를 본다면 찬사를 보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남궁민의 변신은 무죄다. 그의 기존의 이미지를 완전히 버린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만큼 그의 다른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이외에도 진구의 더할나위 없이 빼어나고 강렬한 연기와
어느 영화에서든 변함없이 최고의 연기를 선 보이는 천호진은 영화를 살아있게 만든다.
 
 느와르 특유의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
 
 느와르 영화에서도 이른바 <영웅본색>과 같은 홍콩 느와르 영화처럼 아름다운 총격씬을 등장시키는 폼 잡는 느와르 영화와 <히트>에서처럼 실감나는 거리의 총격씬이 나오는 현실감 있는 느와르 영화들로 나뉜다. 이 영화는 그 중에서도 현실감에  중점을 둔 느와르 영화를 지향한다. 
 
 조폭 영화라고 멋지거나 우정을 미화하기 보다는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 싸움 같이 과감없이 있는 그대로 그려내고, 의리보다는 추악하고 비열한 욕구를 서슴없이 드러낸다. 그 점이 바로  이 영화를 살아있는 영화로 만든다.
 
 거기에다 등장하는 건달들의 꿈 역시 현실감있게 그려내는 터라 영화를 빛나게 만든다.
 
 영화 속의 영화 : 실제 사실과 픽션과의 연관성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는 실제 있던 일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 영화의 주인공인 병두와 민호는 마치 곽경택 감독과 그의 친구의 이야기와도 상당한 유사점을 띠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의 모습이 왠지 더 현실감으로 비춰지는 것 같다.
 
 아마도 곽경택 감독과 그의 친구는 극중 병두와 민호와 같은 길을 걷게되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한, 영화 속의 영화는 극중 인물의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영화를 더욱더 강렬하게 그려낸다.
 
 비열한 거리의 아쉬움
 변함없는 뜬금없는 사투리와 여성 캐릭터의 존재감
 
 대개 조폭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 제일 거슬리는 건 바로 사투리이다. 이 영화의 배경은 서울이지만, 병두도 갑자기 사투리를 말하곤 한다. 아무래도 이런 장면을 보면 사투리를 통해 개성의 강화를 줄 지언정 변함없는 조폭 영화의 코드를 답습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여성 캐릭터 역시 비교적 장르 특성상 존재감이 매우 약하다. 최근에 개봉되었던 사생결단에 비해 극중 여주인공의 존재감은 더욱더 약하다는 게 아무래도 아쉽다. 
 
 비열한 거리를 보고
 
 내게는 한국의 무간도 같은 영화로 남다.
 
 기본적으로 영화 자체를 보자면, 극중 민호가 영화의 컨셉으로 얘기했던 <스카페이스>, <칼리토> 처럼 밑바닥 인생을 그려낸 느와르 영화다. 이들 영화의 주인공들은 아웃사이더이자 갱이면서 항상 자신만의 이상을 꿈꾸는 이들의 성공과 좌절을 그려낸 영화다.
 
 그들의 현실은 절망속에서도 행복을 꿈꾸고 자신의 피앙새를 통해 위안을 얻는다. 그리곤, 그녀에게 나쁜 남자에서 착한 남자로 돌아서길 얘기하지만 항상 그 길에 다가설 무렵 좌절하게 만든다.
 
 영화 비열한 거리의 병두는 자신의 환경으로 인해 나쁜 남자가 되었지만 자신의 가족과 부하, 연인에게는 착한 남자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그런 소박한 꿈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지만 그의 인생 역시 운명의 수레바퀴에 돌고도는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영화 <무간도>에서 유건명(유덕화)과 진영인(양조위)가 꿈꾸던 이상과 현실, 그리고, 운명이 묘하게 겹쳐보이는 것도 바로 이러한 운명의 수레바퀴에 돌고 도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결국 병두도 자신이 들어간 무간지옥에 빠져 그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된 사람으로 기억된다.
 
 적어도 내겐 무간도 같은 영화로 기억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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