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 메가박스 일본영화제]
눈에게 바라는 것 : 사람과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
지난 해 도쿄영화제에서 4개부분을 수상한 영화로 올해 국내에 영화제에 한 차례 소개된 바 있는 영화다. 이 영화의 네게시 키치타로 감독은 지난 해 일본영화제에서도 초청되어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진 바 있다.
원래 이 영화의 감독으로 내정되었던 소마이 신지 감독이 하려던 영화였으나, 그의 사후 네기시 키치타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이다.
그의 최신 영화에서는 과연 어떤 모습을 선보이는 지 궁금해서 본 영화
STORY
가족과 고향을 버리고 도쿄에서 성공을 꿈꾸었던 마나부는 사업 실패로 인해 파산에 이른다. 무작정 나섰던 길에 그가 도착한 곳은 반에이 경마장. 그 곳에서 그와 비슷한 처지의 말인 운류에게 자신의 모든 돈을 걸지만, 보기좋게 실패하고 만다.
그 이후, 형인 타케오가 있는 마사로 찾아가 그의 밑에서 일하게 된다. 그 곳에는 지난 번에 돈을 몽땅 걸었다 날리게 만든 반에이 경주마인 운류가 있었다.
형인 타케오는 동생인 마나부를 불신하고,
동생인 마나부는 형인 타케오를 불신한다.
동생인 마나부는 형인 타케오를 불신한다.
마나부는 마사 일과 운류를 통해 자신에게서 잊혀져있던 무언가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마나부의 성실한 행동에 형인 타케오와 그의 동료들도 서서히 그를 향해 닫혀있던 마음을 서서히열기 시작한다.
마나부는 과연 이 마사를 벗어나 다시 한 번 새로이 태어날 수 있을까.
눈에게 바라는 것의 볼거리
-가족 이야기이자, 소통을 다룬 이야기
주인공인 마나부는 자신의 사업 실패로 세상과의 소통을 단절하고선 형이 있는 마사로 와서 형의 권유에 말을 키우게 된다. 그리고, 함께 일하면서 이전에는 몰랐던 형의 모습과 그리고, 자신이 버려왔던 것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어린 시절 절친한 친구와의 기억을 떠올리며 결국엔 자신에게 있어 버렸던 것들이 실은 정말 소중한 것이었다는 것을 기억하게 된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서야 비로소 끊어져있던 가족의 끈과 형제의 끈이 연결되어 아픈 과거를 훌훌 털고 앞을 향해 살아 나가는 힘이 되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이는 타케오와 마나부가 한 가족이기에 가능한 모습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가족의 이야기이자, 그들의 소통이 단절된 모습에서 소통이 이어짐을 다룬 이야기이다.
-반에이 경마 속에 보여지는 인생사: 운류와 마나부
반에이 경마에 나오는 경주마는 1년에 상금이 100만엔을 넘지 못하면 말고기 신세가 된다. 운류는 바로 그러한 위기에 처해 있다.
그리고, 마나부 역시 회사가 파산하고 아내, 친구, 돈, 명예가 모두 잃은 상태이다.
이 둘은 말과 사람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그들이 처해있는 상황은 동일하다. 아마도 그건 반에이 경마 자체가 바로 인생의 축소판을 그대로 그려낸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승자만이 인정받고 대우받는 세계는 경마장이나, 사회나 별반 다를 바 없다. 그러했기에 운류와 마나부는 너무나 비슷해 마음이 잘 통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모습이 참 많이 겹쳐져 다가왔다
-항상 무언가를 기대하게 하는 배우 카가와 테루유키
이 영화에서는 잘 알려지고 유명한 배우들도 많이 나온다. 하지만, 내게 있어 처음에는 그 존재감이 잘 느껴지지 않다가 어느 순간 눈에 확 들어오는 배우가 있었다. 그는 바로 카가와 테루유키였다.
카가와 테루유키, 그가 나오는 영화를 보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매번 나오는 영화마다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준다. 그가 나온 영화 중 내가 본 영화로는 <천국의 책방-연화>,<유레루>,<하나>이다. 이렇듯 그는 영화에서마다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 영화 역시 그의 연기는 빛을 발한다. 다른 이들에게 있어 그리 눈에 띄게 얼굴을 드러내는 편은 아니지만, 영화에 있어 리듬감과 유연함을 심어준다. 어쩌면 그가 있었기에 이 영화는 딱딱해질 수 있었을 지 모르는 부분을 참 잘 넘어가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그가 어떤 역으로 나오든 그가 나오는 영화라면 뭔가 기대하게 된다.
-잔잔하고 투명하게 다가오는 영화
이 영화에서는 극적인 어떤 강렬함을 추구하진 않는다. 그저 보여지는 그대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영화 내에서 선보이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과장이나 숨김으로 일관하지 않는다. 또한 보여주기에 일관하는 모습을 취하지 않는다.
그러한 모습이 이 영화가 강렬하진 않으나 잔잔하고, 맑고 투명하게 선보이진다는 인상을 받게 한다. 아마도 그러한 점 때문에 마음이 넘어갔는지 모른다.
눈에게 바라는 것의 아쉬움
-강렬하게 드러내지 않고 은은하게 드러내기에 안 보이기 쉬운 것
이 영화는 실제 시놉시스 상에 보여지는 것보다 그리 격하게 진행되지 않고 조용하게 다가온다. 화면에서 보여지는 건 감정의 강렬한 표출이 아니라 그 곳에 사는 이들을 그저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 그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지만, 한편으로는 자칫 제대로 느껴지지 않을 경우도 있다.
어쩌면 우리 영화나 헐리우 영화와 같이 아주 격정적으로 감정의 표출이 많은 영화를 좋아하는 이에게는 이 영화는 조금은 답답하고 지루해 보일 수 있다.
눈에게 바라는 것을 보고
-운류와 마나부가 펼치는 그들의 2번째 승부에 빠져들다
-운류와 마나부가 펼치는 그들의 2번째 승부에 빠져들다
극중 운류와 마나부는 한 번쯤 승부의 세계에 잘나갔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리 잘 할 줄 아는 게 없는 퇴물과도 같은 존재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꿈도 있고, 희망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에서 한 번 크게 실패한 뒤, 다시금 올라가는데 필요한 건 바로 자신의 의지와 주위의 믿음이 아닐까 한다.
운류와 마나부, 그리고, 여자기수에 이르기까지 셋은 다 같은 존재이다. 이미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이 외길 낭떠러지에 선 채 앞을 향해 걸어나가야 했다. 그런 그들이 펼치는 승부에 어떤 결과가 온다해도 그들에게는 앞을 걸어나아갈 수 있는 그 의지 하나만으로 모든 걸 보여줬다고 본다.
-사람과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
지난 해, 네기시 키치타로 감독의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그가 말하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문득 떠올렸다. 그는 '사람과 사람의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영화를 그리고 싶다.'는 의도가 담긴 그의 영화관은 이 영화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해, 네기시 키치타로 감독의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그가 말하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문득 떠올렸다. 그는 '사람과 사람의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영화를 그리고 싶다.'는 의도가 담긴 그의 영화관은 이 영화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혈연이든, 지연이든, 학연이든, 모든 걸 떠나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다면 그걸로 족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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