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버스터 1, 2 합체 극장판
: 내게는 더 인상적인 톱을 노려라! 건버스터
PISAF 2006에 건버스터 합체 극장판이 상영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꼭 한 번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본 영화다.
톱을 노려라! 건버스터(1989년)의 매력
1. 타카야 노리코의 성장담 속에 담긴 메시지
오래전 해적판 비디오가 범람하던 시절 OVA판으로 본 적이 있었다. 다만 극장판이란 미명하게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당대의 걸작 만화 중 하나인 '에이스를 노려라'를 안노 히데야키가 메카닉물로 변용했던 이 애니메이션은 당시에는 메카닉물 자체로 보여졌다. 일본어도 모르는 체 화면에 열광했던 애니메이션이었기에 당시에는 그런 느낌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2006년이 된 지금의 눈으로 볼 때에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보여졌다. 주인공인 타카야 노리코가 열등생에서 지구를 지키는 과정이 대단한 게 아니라, 그녀가 소녀에서 성장하는 그 과정이 더욱 더 눈에 다가왔다는 것이다.
그녀의 열등생으로서의 모습에서 노력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과 그를 지도해준 코치와 나눈 대화는 그저 영화 속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한편으로 학생에서 사회인이 되는 과정에 거쳐야하는 것들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타카야 노리코를 통해 사람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이 만들고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틀을 벗어나지 않으면 안되는 것임을 이들은 보여준다.
2. 전승의식
이 영화의 또 하나의 매력은 노리코의 아버지에서 코치, 그리고, 노리코의 연결되는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행동은 마치 일종의 전승과정을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아마도 이러한 점은 일본의 애니메이션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하나의 모습이기에 열혈이라는 이미지로 보여진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쩌면 이런 이야기가 있었기에 건버스터는 그 비장함과 열혈이라는 이미지 속에 사람을 울리는 무언가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3. 수준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는 애니메이션
이 작품이 비록 80년대 말의 애니메이션이라고는 하나 요즘 애니메이션과 비교해봐도 그 작화적인 능력이나 연출은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만큼 그 수준이 높았다는 걸 다시금 느끼게 한다.
톱을 노려라! 건버스터(1989년)의 아쉬움
1. 화면에서오는 차이
기본적으로 OVA 제작 당시 1,2는 화면이 동일하지만, 3은 그러질 못했다. 그랬던 만큼, 극장판이란 이름으로 공개되었지만, 그 차이를 그대로 보여진다는 것이 아쉽다. 어쩌면 이 부분을 동일하게 했더라면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정작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주워담을 수 없다는 것 역시 어쩔 수 없게 들린다.
2. 편집으로 인해 다소 줄어든 아쉬움
톱을 노려라! 건버스터 자체가 아무래도 기존의 OVA로 나온 전체의 내용을 압축해서 정리한 만큼 아무래도 그 나름대로의 스토리 라인을 살리되 그로인해 잘려져 나간 이야기들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간간히 등장하는 인물들의 연관성이 너무 잘려나간 터라 전편을 보지 않는다면 이해하기 힘든 점 역시 사실이다.
이는 톱을 노려라!2 다이버스터에도 해당되는 내용이기도 하다.
톱을 노려라!2 다이버스터(2004년)의 매력
1. 1편과의 차별화 : 새로워진 액션과 캐릭터, 이야기
기본적으로 1편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해진 작품이라 요즘 트랜드에 맞춰버린 작품이다. 물론 제작에 전편의 감독인 안노 히데야키가 참여했다고는 하나 그리 연결되어 보이지는 않고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내세운다. 연결고리라는 건 기본적인 세계관이 동일한 점과 후편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전편에 비해 화려하고 다이나믹한 액션을 선보인다는 것 역시 매력이다.
2. 가이낙스 특유의 확실한 팬 서비스
내용상 그리 유사점이 없건만, 이 영화에서의 매력은 바로 전편의 팬을 위한 일종의 팬서비스 컷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러한 점이 가이낙스 특유의 장점이라고나 할까.
가이낙스가 올해 제작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시간을 건너온 소녀'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전작과의 연관성은 매우 떨어지지만, 그에 대한 팬 서비스적인 면은 이 영화와 유사한 측면을 지니고 있다.
톱을 노려라!2 다이버스터(2004년)의 아쉬움
1. 전작의 매력을 못 살린 아쉬운 이야기
톱을 노려라! 건버스터(1989년)의 경우, 보면 감동을 주는 요소들이 많이 가지고 있지만, 정작 후속작인 ‘톱을 노려라!2 다이버스터’(2004년)에는 그러한 모습을 보기 드물다.
이는 아마도 1편에서 보였던 전승의식이 사라지고, 지금의 10대의 눈높이인 개인주의적인 면을 중심으로한 만큼 인물에 대한 포커스를 노노와 라르크의 우정이라는 점에 더 중점을 두었기에 그러한 모습으로 보여지는 것인지 모른다.
전편의 장점이 성장 영화적인 요소 역시 사라진 만큼, 전편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상당히 아쉬움을 가지게 하는 것 역시 이 때문일 지도 모른다.
십수년이란 시간이 지난 뒤 제작되었다고는 하나 너무나 달라진 면이 정작 이 두 편을 연결시켜 보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건버스터 1, 2 합체 극장판을 보고
내게는 더 인상적인 톱을 노려라! 건버스터
건버스터 1, 2 합체 극장판을 통해 이들을 동시에 본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
다만 두 작품을 보면서 확연히 드러난 것은 내게는 그 중에서 제일 인상적으로 남는 건 역시 1편이었다. 원래 이런 건 맨 처음 접한 것이 더 기억에 오래 남아서라고들 흔히 말하지만 적어도 내게 그 시절의 기억을 공유했던 작품이기에 더욱더 기억에 남는 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내게는 더 인상적인 영화는 톱을 노려라! 건버스터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