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아로스타미 영화학교. 여섯째 날 이야기
안녕하세요, 방콕맨입니다.
방금 ‘키아로스타미 영화학교’ 여섯번째 수업 이야기입니다. 다시 한 번 말해드리는 거지만 큰 기대치는 하지 말고 가볍게 봐주시기 바랍니다.
아이디어의 확장, 단편이 아닌 옴니버스를 구상하다
실은 엘리베이터를 소재로 보다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지인의 이야기도 떠오른 게 있기도 하고 제가 머릿 속에서 보다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튀어 나왔습니다.
키아로스타미 감독님과 여섯 번째 수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님 현장 촬영을 돕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님은 직접 촬영하는 분량도 있었지만 중간중간 다른 분들의 작업을 도와주시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도 변함없이 현장 지원을 잠시 나가기도 했는데요.
그 시간동안 무엇을 할까 다시 한 번 구상하곤 했습니다.
구상과는 달리 번번히 거절당하다
제가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정작 가볍게 담자는 취지의 구상은 어디까지나 구상에 가까웠다면 이번에는 앵글에 대한 고민을 했습니다. 이전부터 다른 분들에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런 저런 캐스팅을 위해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요.
많아진 아이디어에 대해 여러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했는데요. 정작 남자 출연자는 정해졌는데 여자 출연자가 안 정해져서 곤란을 겪었습니다.
앞서 촬영했던 분들이라 워낙 이미지가 딱 어울렸는데
자기랑 안 맞다는 분도 계셨고
잘 이해가 안 간다며 스토리보드와 동선을 그려달라는 얘기도 하신 분도 있고
보다 많아진 이야기에 대해 부담을 가지시는 것도 있었고
다른 촬영이 있으셨던 분도 계셔서
덕분에 다른 방법을 모색 해야만 했습니다.
나만의 현장 구상은 아이폰으로
이를 위해 포트폴리오라고나 할까 이미지 보드 방식로 가볍게 다시 여기저기 담았는데요. 며칠간 찍은 터라 어느 정도 조금은 더 확실한 앵글이 나오더군요.
제일 중요한 건 배우였습니다. 일단 배우 문제에 난항을 겪던 터라 여러 분들에게 이야기를 해 준 방식 이외에도 촬영을 위한 대역 연기를 부탁했습니다. 그 덕분에 몇몇 분들이 도와주셨는데요. 그러니 어느 정도 확실한 그림이 나오더군요.
촬영기기는 내 캠코더 HDR-CX550으로 하다
키아로스타미 영화학교 촬영용으로 소니 FX-1를 많은 분들이 사용했지만 정작 제가 사용하기를 포기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HDV 방식으로 촬영해도 일단 재생해 보는 건 그리 권하지 않으셔서 저로서도 굳이 그렇게 하기보다는 제 기기로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촬영을 하는 데 있어 G3를 이용해 촬영 해볼까도 고려했지만 정작 메모리 문제가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영상 전용이 아니라 카메라 전용이었고 메모리 사양이 부족해서 사용하기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키아로스타미 감독님과 아델 조감독님이 HDR-XR550을 이용하는 걸 봐서 제 걸로 해도 그리 문제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전날 구상은 뒤집고 새로운 구상을 하다
앞서 한 구상 감독님 관련 에피소드는 이미 물 건너 간 거라 생각하고 뒤로 미루는 대신 일단 최적의 인원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이었던 2안으로 끌고 가기로 했습니다.
2안은
엘리베이터를 앞으로 다가오는 남자
남자는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안으로 들어간다.
가려는 층을 누르고 문을 닫는다
문을 닫으려는 순간 다급한 목소리로 달려오는 여자
남자가 이 소리를 듣고 문을 연다
문이 열리자 들어오며 감사 인사를 여자
남자의 뒷 모습을 보며 지인인 줄 알고 어깨를 두드리는 여자
그러나 자신이 아는 이와는 전혀 다른 남자
미안해 하는 여자
엘리베이터 안에서 어색해하는 남과 여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부리나케 나가는 여자. 뒤이어 남자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다
이런 식의 구성이었는데요.
길에서 가끔 누가 아는 사람인지 어깨를 두드리며 아는 척을 해서 돌아보면 전혀 아는 분이 아닌데 그래서 어색해했던 경험을 토대로 했습니다. 다만 길이 아닌 엘리베이터라는 공간이라 더 어색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개인적으로는 그 어색함을 최대한 살리는 게 이 단편의 포인트 였습니다.
수많은 테스트 촬영을 하다
여자 캐릭터로 출연해주시기로 한 분이 다른 촬영이 있으셔서 촬영이 힘든 상황이었던 터라 남자 역 분이 메인으로 하되 다른 분들이 여자 캐릭터으로 대역 연기를 해주셨습니다.
또 다른 난관에 부딪히다
대강 어느 정도 그림을 그려놓고 촬영을 하려는데 의외의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앞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님이 추가 촬영을 할 것이라고 하셔서 결국 제가 생각한 엘리베이터 위치에서 다른 곳으로 옮겼는데요.
거기서 촬영하던 와중에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님이 또 다른 다른 분이 연출하신 걸 보시곤 추가 촬영을 할 것이라고 하셔서 무작정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테스트 촬영이라는 생각에 마음을 비우기보다는 워낙 장소가 변해서 한동안 어떻게 해야 맞는 건 지 모르는 실정이었습니다.
당일 촬영을 할 지 말아야 할이지 잡지 못한 채 일단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마냥 무작정 기다리기 보다는 출연을 기다렸던 남자 연기자 분도 돌려보내야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촬영하다
그렇게 기다리다 8시에서야 비로소 감독님 촬영이 끝났고 저희에게도 비로소 촬영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다만 상황이 또 바뀌어서 모든 상황을 알고 있는 제가 남자 역할을 하고 대역을 해 주신 분이 여자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한 분이 카메라를 맡아주셨는데요.
강사 분이 도움을 주셔서 촬영할 수 있었겠지만 제 힘으로 해보고 싶은 생각에 일부러 포기한 터라 마음을 비우고 촬영했습니다.
대신 빠르고 신속한 촬영을 하기로 마음 먹고 움직였습니다. 그렇게 1,2시간 발 빠른 촬영을 통해 마쳤습니다. 일단 여부를 떠나 제가 생각한 동선의 처음과 끝은 다 담은 걸로 만족했습니다.
제가 촬영하는 데 있어 중요하게 본 요건은 다른 분들이 어떻게 촬영했는 지는 모르지만 제 경험은 일단 다음과 같습니다.
방콕맨의 촬영 기획
- 기본적으로 아이 레벨로 촬영하기
원래는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 문득 모모이 카오리 씨가 연출한 <무화과의 얼굴> GV 당시 아이 레벨로 촬영했다는 얘기가 머릿 속을 스쳐가서 한 번 시도했습니다.
게다가 시선이 사람의 시선으로 한다면 오히려 더 자유로운 느낌으로 날 것 같기도 했습니다.
- 최대한 단순한 담기
여러 차례 시행 착오를 겪어서인지 최적의 동선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최적화 시키는데 대한 고민을 하게 되더군요. 원래는 조금 더 넓고 오픈된 공간이면 좋겠다 싶었는데 오히려 공간의 폭을 더 좁히는 게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자연스레 연결 되게
다른 분들 하는 과정을 보면서 느낀 거지만 자연스런 화면 연결이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제 설정이 다소 억지스런 설정이긴 했지만 그걸 어색하게 보이지 않으려면 최대한 자연스런 연결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보고 다시 수정하기
소니 FX-1을 포기한 이유 중 하나가 제가 촬영에 대한 자신감도 없을뿐더러 촬영이 어떻게 진행되었는 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HDR-CX550이면 아무런 제지 없이 편하게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덕분에 중간 중간 보며 다시 수정해 나가는 과정을 가졌습니다.
- 리허설. 그리고, 만약을 위한 차선책을 고려하다
연기 자체의 문제는 다들 있지만 그래도 제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 중요한 건 바로 리허설의 중요성이었습니다.
상대를 인식하게 하는 것도 필요했습니다. 매번 사람이 바뀌면 연기에 대해 상대를 인식하게 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더군요. 이를 줄이기 위해 시도한 것 중 하나가 뵙는 분마다 대역 연기를 부탁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다른 분들에게 직접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실은 이건 상당히 의도한 건데 다른 분이 연기가 안 되면 이를 위해 다른 분도 알면 연기해주실 때 편하리라는 일종의 차선책이었습니다.
여섯째 날 수업을 마치며
제가 기획을 하긴 했지만 이게 잘 나올 지 안 나올 지는 자신이 없었습니다. 덕분에 더 고민이 되었는데요. 나름 수많은 난관을 통해 촬영을 마쳤는데요. 앞서 다른 분들이 재촬영을 하던 상황이라 저역시 짦은 시간 촬영한 분량을 가지고 과연 이 촬영 분으로 무사히 편집을 할 수 있을지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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