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회 부산국제영화제] 공기인형
내가 좋아하는 일본 영화 감독 중 한 사람인 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그 영화이기에 무조건 봐야 했던 영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게다가 그가 여러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일찌감치 점 찍은 여배우 배두나 그녀를 캐스팅한 것으로 과연 어떤 모습으로 그려낼 지 궁금했다. 배두나는 앞서 <린다 린다 린다>를 통해 일본 영화에 출연한 바 있다. 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배두나의 조합이 어떤 모습을 그려낼 지 궁금하기도 했고 이 작품의 원작인 만화 ゴーダ哲学堂 空気人形의 단편집 속에 있는 이른바 18금 단편 만화이기에 어떤 모습의 영화로 선 보일 지에 대해 여러모로 궁금했던 영화.
공기인형의 매력
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환상 동화, 공기인형
이 영화를 보고 간단히 이야기 하자면 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판 환상동화다. 성욕의도구일 뿐인 인형 노조미가 어느 날 영혼이 생겨 사람들 속에 지내면서 겪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야기의 구성을 본다면 피노키오와 같아 보이기도 하고 인어공주 같아 보이기도 해서 눈길을 끈다.
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로서 이와 같은 점을 다룬 영화를 떠올려 보자면 그의 초기작 <환상의 빛>,<사후(국내 개봉명 원더풀 라이프)>를 떠올리게도 한다. 그 가운데 <사후>를 떠올리게 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인데다 현실적인 면과 판타지적인 면이 묘하게 공존하는 모습 때문에 이 작품을 떠올리는 건지도 모른다.
배두나의 재발견
배두나의 인지도는 오히려 국내보다 일본에서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허나 기존의 한국영화에서 배두나의 위치는 좋지만 인상적이진 못한 편이다. 수많은 흥행작에서 모습을 비추고는 있으나 정작 그녀를 메인 주인공으로 나오는 작품을 좀처럼 보기 힘들다. 하지만, 연기 잘 하는 배우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실제로 그녀가 출연한 영화에 대한 연기의 호평은 많았으니까.
일찍이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온 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종종 한국배우 가운데 작업하고 싶은 배우에 대한 질문에 주저 없이 배두나 씨를 여러 차례 거론한 바 있다.
만의 하나 두 사람이 함께 작업을 하면 어떤 영화가 나올 지 베일에 쌓인 작품이었는데요. 막상 보니 상상 그 이상의 작품이었다.
기존의 배두나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는 역량과 캐릭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으니까, 물론 이 영화를 지극히 색안경으로 바라보는 분에게는 조금 불편한 영화가 될 지 모릅니다만 최고였던 건 확실합니다.
아마도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배두나의 역량에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까. 그리고, 그녀의 매력을 이렇게까지 끌어올린 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역량을 보니 과연 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리핑핑 촬영감독의 수려한 영상미
이 영화의 촬영 감독은 기존의 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촬영 감독이 아닌 허우샤오시엔 감독과 왕가위 감독의 촬영 감독으로 유명한 리핑핑 감독이 맡았다. 그는 이전에도 일본 영화에서도 촬영 감독을 맡기도 하는데 그 작품은 바로 국내에 개봉한 바 있는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의 영화 <봄의 눈>이다.
이 영화는 기존의 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적 색채에서 보다 더 아름답고 수려한 영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전작과 좋은 비교가 된다.
판타지적인 소재 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영화
공기인형은 노조미라는 인형이 우연한 계기로 영혼이 생겨서 그로 인해 일어나는 이야기입니다, 노조미 캐릭터 자체로서는 매우 판타지적인 영화다.
그러나, 단지 판타지적인 영화일까!
극중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면 상황은 다르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버림 받은 뒤 공기인형 노조미에 빠진 남자
점잖은 척하지만 실은 어딘가 부족한 렌탈숍 점장
영화 오타쿠 남자
히키코모리 거식녀
아이를 홀로 키우는 남자
실제로는 일본의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인물들 면면을 살펴보면 단순히 일본만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공통적인 면을 다루고 있기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래서인지 보면서 여러모로 많이 공감했던 영화.
기존에 인형을 소재로 한 여타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과는 차별화
일본 영화에서 인형이라는 소재를 다룬 작품은 꽤 많으며 다양한 장르로 발전되어 있다. 이 경우 실사 영화 보다는 <로봇 카니발>, <A.D. 폴리스>, <버블검 크라이시스>,<공각기동대>,<뱀파이어 미유>와 같은 애니메이션에서 수작이 많은 편이다.
허나 공기인형은 그와는 다른 길을 선택한다. 노조미의 인생은 이보다는 그 이전의 동화에 가까운 느낌이 난다. 몇몇 장면에서는 <피노키오>, <인어공주>를 떠올리게도 만듭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일본적인 색채라고는 하나 그것이 누구에게나 빠져들 수 있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렇기에 인상적으로 다가 온 영화.
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의 GV 시간
아무래도 GV를 선택한 건 바로 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의 만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매년 부산국제영화제 때면 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GV 시간을 가장 기다리는 팬으로서 그가 들려주는 영화 이야기가 궁금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사후>를 본 이후 GV가 있을 때마다 꼭 챙겨보곤 한다. 지난 번에 <걸어도 걸어도>를 놓쳐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그렇기에 기필코 사수해서 본 시간.
더욱이 이 날에는 영화평론가 이동진 씨가 사회로 나서 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GV 시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줬기에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다만 아쉽다면 전부 다 듣고 싶었건만 <두꺼비 기름> 상영시간이 겹쳐 중간에 나와야 했던 아쉬움이 두고 두고 남았다.
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말하는 영화 공기인형
- 배두나가 출연하게 된 건 박찬욱 감독의 추천
배두나도 시나리오가 워낙 마음에 들었다지만 영화 속 노출 때문에 적지 않게 고민했다고 한다. 그로 인해 주위 감독님들에게 그 문제로 상의도 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박찬욱 감독님의 경우 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라면 무조건 찍어라고 권했던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었던 시간.
일전에 부산국제영화제 때 <아무도 모른다> GV에 보기 위해 참석했던 박찬욱 감독의 모습이 기억에 다시 떠올렸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기에 아무래도 그런 게 아닐까.
- 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말하는 배두나의 매력
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배두나에 대해 그 전부터 캐스팅하고 싶다고 여러 번 기사로 나온 바 있다. 과연 배두나를 어떻게 그려낼 지 궁금했는데 이 영화를 통해 한 번 볼 수 있었던 시간이다.
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배두나가 출연한 영화를 통해 그녀가 탄탄한 연기력을 가지고 있는 데다 유머러스한 면과 누구에 볼 수 없는 개성까지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공기인형의 주인공인 인형 노조미로 캐스팅한 이유 중 또 하나를 들자면 인형이니 굳이 일본어를 잘 안 해도 상관없다는 점 역시 보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듯.
- 배두나의 의상에 대한 답변
극중 메이드 복 의상에 대해 감독도 이 부분에 대해 상당히 불편했는데 촬영 의상팀이 배두나의 매력을 발산하기 위해서는 이 의상만큼 좋은 게 없다고 해서 의상팀의 말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공기인형의 아쉬움
한국 영화에서는 배두나를 이렇듯 그려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다
이 영화에 대해 기분 나쁘게 보는 분들이 더러 있다고 하는데 내 경우 그와는 다른 관점에서 한국 영화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
배두나가 가진 매력이 많건만 이 영화 속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아마도 이는 감독의 재량이기도 하지만 한국 영화에서 좀처럼 생각하기 힘든 그려낼 수 없는 감성이라고 본다.
물론 보기에 따라 입장이 다르긴 하겠지만 여배우를 원 톱으로 내세운 영화의 경우 대개 <엽기적인 그녀>와 같은 로맨틱 코메디 영화 나 <애자>와 같은 성장 영화가 주를 이룬다.
이 경우 아주 웃기거나 지극히 현실적인 영화라는 두 방향으로 그려지곤 한다.
만일 여배우를 원톱으로 내세운 영화로서 <공기인형>과 같은 스타일의 영화가 만들어진다면 이 정도 수준 이상의 감성을 그려낼 수 있을런지. 그만큼 이 영화의 존재감은 각별했기에 한국 영화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게 했던 영화.
공기인형을 보고
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환상동화, 공기인형
<공기인형>은 노조미라는 인형의 생애를 담고 있다. 소재로 보면 너무나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스크린을 통해 보여준 그녀의 일상, 사랑과 이별 그 모든 것들은 단순히 노조미의 어느 멋진 날이지만 그 속에서는 생활의 소소함을 하나 하나 담아낸다.
물론 노조미 자체가 동화이기도 하지만
그녀로 인해 일어나는 극중 인물들의 변화 역시 한편의 동화를 연상시킨다.
내게 있어 <공기인형>은 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그려낸 환상동화
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하나의 현상이나 하나의 소재를 그려내는 데 있어 눈높이에서 그려내기도 하고 가끔은 남들과 다른 눈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그렇기에 그의 영화는 언제나 알 수 없는 기대를 하게 만든다. <공기인형> 역시 그 중 하나에 속하는 작품이다.
겨우 20 페이지에 불과한 만화를 원작으로 장편 영화로 만들어내기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영화의 주인공을 자국 배우가 아닌 타국 배우와의 작업을 하는 것 역시 쉬운 선택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이 모든 걸 바 완성해냈다.
공기인형 노조미가 우연히 영혼을 갖게 되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파란만장한 이야기는 처음에는 만화적인 상상력으로 시작해 노조미와의 관계를 맺음으로서 그 속에서 일본의 현실을 담아낸다.
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팬이라면 <공기인형>에 대해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수십여 차례 생각하고 또 쓰고 지우길 반복 했다. 앞서 쓴 장문의 글이 과연 무슨 필요가 있을지.
이 영화에 대한 모든 판단은 직접 보고 느껴보라고 말하고 싶다. 영화는 봐야 진정한 맛을 음미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국내 배우들이 더 많은 해외 영화에 출연하길 기원하며
최근 국내 배우들의 해외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들은 낯선 땅에서 도전을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미처 알 수 없었던 이들의 면을 발견하게 된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 보이지 못했던 면을 선보이며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인다.
문득 든 생각 하나. 만약 배두나가 아니었다면 공기인형의 노조미로 여배우로는 누가 어울릴까?
공기인형을 보고 난 뒤 문득 든 생각인데 배두나가 아닌 국내 여배우가 되었다면 과연 누가 어울릴까 하는 점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떠오르는 얼굴은 바로 최강희, 이나영 두 사람이 떠오르더군요.
캐릭터에 꽤 잘 어울리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서 인지 세 사람은 닮은 점이 많아 보입니다.
보신 분들은 배두나가 아니라면 과연 <공기인형>의 노조미로 어울릴만한 여배우로 누가 떠오르시나요? 한 번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가 아닐까 합니다.
- Copyrights © 방콕맨. 무단 전재 및 재 배포 금지 –
'영화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욕 아이 러브 유 : 영화 속 뉴욕에서 부산을 떠올리다 (0) | 2009.11.13 |
---|---|
써로게이트 : SF 영화 속에 현실의 자화상을 담은 영화 (0) | 2009.11.11 |
[14회 부산국제영화제] 토끼와 리저드 (0) | 2009.11.09 |
바스터즈 거친녀석들 :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개성이 숨쉬는 전쟁 영화 (0) | 2009.11.08 |
썸머 워즈 : 호소다 마모루 감독 자신을 뛰어넘다 (0) | 2009.1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