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회 부산국제영화제] 복수

 

 

 

90년대 홍콩 영화 전성기의 기억

 

80년대 말, 유선방송을 통해 방영된 김용 원작의 <영웅문>을 비롯한 무협 시리즈물의 등장으로 인해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 무척이나 빠져들었던 시절이다. 90년대에는 <영웅본색> 시리즈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홍콩 영화 전성시대를 열었다. 그 시절을 겪은 나이기에 홍콩 영화에 대한 기억은 각별하다. 그랬던 만큼 내게 있어 홍콩 영화는 두 말할 필요 없이 최고였다. 헐리웃 영화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 시절에는 비할 것이 못 되었다.

 

조니 토 감독보다는 더 익숙한 그 이름 두기봉 감독

 

당시에 최고의 감독을 떠올려 본다면 성룡, 서극 감독, 오우삼 감독, 왕정 감독, 정소동 감독 등의 이름은 영화를 보는 데 있어 정말 대단했다. 지금도 이들의 영화라면 눈이 갔다.

 

현재 홍콩 영화계의 중심에 있는 물론 조니 토 감독 역시 그 시절에도 있었지만 정작 나의 관심사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제 기억에는 조니 토 감독보다는 두기봉 감독이라는 이름이 더 정겹고 익숙한 이름이다.

 

물론 그의 작품 가운데 본 영화도 있고 안 본 영화도 있다. 가능한 한 최근의 영화들은 스크린에서 소개되기에 가능한 한 꼭 챙겨 보고 있다. 그의 현재의 영화도 물론 좋지만 내 기억 속에서 인상적인 건 그 이전의 영화다. 국내에서는 종종 홍콩 영화 전성기 시절 저주 받은 걸작으로 불리우고 있는 영화 <대행동>, 주윤발 전성기 시절의 영화 <우견아랑>으로 인해 국내에선 밀키스광고가 나왔던 기억까지 떠올린 건 그 만큼 그가 보여준 모습이 아직도 내 기억 속에 깊숙히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도 매년 국내에 열리는 각종 영화제를 통해 두기봉 감독의 작품을 만날 수있다는 점 역시 무시할 수 없다만 이제까지는 두기봉 감독을 직접 볼 수 없었지만 이번에는 마스터 클래스를 비롯해 특별전이 소개되어 있던 가운데 미처 보지 못한 신작인 <복수> GV를 통해 비로소 그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시작되었다.

 

복수의 매력

 

노회한 킬러의 복수극에서 지난 날 복수극 영화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다

 

  

딸의 복수를 위해 나선 프랑스에서 온 노인이 딸의 가족을 해친 범인들을 찾아 복수하고자 하는 과정을 그린 복수극으로 요즘의 영화 방식보다는 이전의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그의 모습은 최근의 영화에서 보이는 킬러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무표정하며 그저 자신만의 복수에 충실한 모습이다. 이는 오히려 그보다 훨씬 이전의 킬러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의 복수극은 보기에 따라서는

홍콩과 마카오를 무대로 한

웨스턴 무비 같기도 하고

무협 영화 같기도 하고

사무라이 영화 같기도 하고

홍콩 느와르 영화 같기도 한 작품이다.

아마도 자신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영화가 보여질 여지를 보인다. 내 눈에는 웨스턴 무비로 보였던 건 아마도 주인공의 존재와 그의 무기인 총 때문인지도 모른다.  

 

다채로운 총격 씬

 

  

게다가 영화에서 보여진 다양한 총격 씬은 최근에 본 총격 씬 중에서도 여러모로 인상적인 모습을 이끌어낸다.

집에서의 총격씬,

숲에서의 총격씬,

병원에서 총격씬

고철상에서 총격씬,

시가지에서 총격씬

하나의 영화에서 이처럼 다양한 모습의 총격씬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총격 씬에 따라 때론 빠르게 때론 느리게 그려내는 동시에 치열한 모습으로 그려낸다. 단순 총격 씬 자체로 머무르지 않고 그 이상의 감성을 이끌어내는 모습은 과연 두기봉 감독답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복수를 보는 관점 : 복수를 아는 것과 모르고 사는 것 과연 어떤 게 좋은가

 

  

이 영화는 제목처럼 복수를 다루고 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킬러들에게 있어 주어진 임무가 살인이다. 그들에게 있어 그것은 비즈니스 일뿐 다른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영화 속 이들은 조금은 다른 감성을 그려낸다.

 

복수라는 이름의 살인이

때로는 비즈니스일 수도 있고

때로는 사람으로서의 원초적인 감성이다.

 

영화에서 보이는 콰이 일행들의 행동 이중성은 상당히 독특하게 다가온다. 복수란 이름의 피의 수레바퀴가 때에 따라서는 다른 모습으로 보여질 수 있는 여지를 보이니까 말이다.

 

그들에게 있어 복수란 무엇인가?

 

또한 주인공인 노인에게 있어 복수의 의미를 되짚어 본다. 과연 복수란 굴레 속에서 벗어나는 것과 그 속에 있는 것 중 어떤 것이 좋은 것일까. 그가 기억을 잃고 지내는 순간처럼 그에게 복수란 아련한 감정의 모습일 지도 모른다.

 

과연 복수란 무엇일까. 복수란 단어 그 의미를 한 번 되짚어 보게 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두기봉 감독과의 만남

 

  

두기봉 감독의 영화는 오래 부터 보아왔다. 그의 영화를 기회가 되는 대로 보다보니 자연스레 감독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그 때문에 두기봉 감독을 직접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실제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만날 수 있으리라 장담하지 못했지만 이번 기회에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 만으로 그동안의 궁금증을 많이 해소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소중했던 시간으로 기억한다.

 

두기봉 감독이 말한 복수

 

- 지난 영화들에 대한 향수를 담다

 

GV 시간에 복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물론 내게 있어 이 영화를 이해하는 데는 이 영화 밖에 없었지만 그의 영화를 다시 한 번 생각하는 데 여러모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제목인 <복수>는 장철 감독의 영화 <복수>를 연상시킨다. 실제 두 기봉 감독은 그 시절의 영화들에 대한 향수를 영화에서 표현하고 싶었기에 그랬다는 감독의 의도 중 하나다.

 

- 캐스팅에 대한 이야기를 말하다

 

그리고, 감독이 <사무라이>에서의 킬러 역(알랑 드롱)가 만일 살았다면 아마도 이 영화의 주인공(조니 할러데이)와 같은 나이 또래가 아니었을까. 물론 알랑 드롱을 하고 싶었지만 최종 캐스팅에서 그렇게 하질 못했다고 한다. 조니 할러데이를 캐스팅 한 이유에 대해서는 그 시절에는 알랑 드롱과 조니 할러데이가 킬러 역으로 최고 였기에 캐스팅 했었다고.

 

하지만, 조니 할러데이에 대한 기억이 없는 나로서는 그 부분에 대한 이해가 조금 부족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 <미션>, <익사일>,<복수>로 이어지는 콰이 3부작

 

<미션>, <익사일>,<복수>에서 콰이란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점에 착안한 관객의 질문에두기봉 감독 역시 이름에 대해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들 세 작품이 연작이라는 흐름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복수를 보고

 

복수의 의미를 되짚어 본 영화, 복수

 

복수란 감정은 지극히 원초적인 감정이다. 덕분에 사무라이, 웨스턴, 갱스터, 느와르 등의장르 영화에서 복수극은 영화에 있어 큰 흐름을 지닌다.

 

이 영화에서도 제목처럼 복수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다만 이들을 지켜보는 방식은 조금 다르다.

 

콰이 일행의 복수를 행하는 모습과

노인의 복수를 행하는 모습을 통해

과연 어떤 게 좋은 지 한 번 생각해 볼 여지를 만든다.

 

더군다나 복수라는 기억을 잃고 난 뒤 노인이 보여준 행동을 보면서 과연 복수라는 것이 그렇게 의미가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만든다.  

 

지난 날의 복수극과는 달리 복수라는 행위 자체를 한 번 되새겨 볼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그 자체로 매력적인 영화로 기억한다.

 

내겐 더 익숙한 명배우 8,90년 대 홍콩 무협 시리즈의 히어로 황일화의 반가운 조우

 

홍콩 영화 전성기를 이끈 건 영화지만 그 시절 나의 기억 개인적으로는 무협 시리즈는 그 이전부터 좋아했다. 그 당시 좋아한 배우를 들자면, 황일화, 유덕화, 양조위 등 오호장이라 불리웠던 TVB의 간판 배우 5인방이다. 이들 가운데 유덕화와 양조위가 스크린에서 큰 성공을 보인데 반해 다른 배우들은 그와는 다른 길을 걸었다.

 

물론 이후 영화 <오호장>을 통해 같이 영화에 출연한 바 있지만 두 번 다시 스크린을 통해 한 자리에 선 걸 보지 못했다. 그 가운데 <사조영웅전>, <천용팔부> 등 김용 작품의 간판 배우로 자리매김했던 황일화는 오랜 기간 TV를 통해 그 모습을 보여왔다. 그나마 <취권 2>에서 오랜만에 모습을 보인 후 좀처럼 볼 기회가 없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의 딸 가족을 공격한 악당 3인방으로 출연한 배우 가운데 황일화의 모습을 오랜만에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었기에 좋았다. 다음에도 또 스크린을 통해 계속 볼 수 있었으면 좋을텐데. 과연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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