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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의 천재라고 불리는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이 자신의 영화 <홀리 마운틴>과 <엘 토포>의 3월 15일 국내 정식 개봉을 맞아 내한했다.
개봉에 앞서 지난 3월 8, 9일 양일 간 일반관객을 대상으로 프리미어 유료 시사회가 열렸는데, 필자가 찾아간 8일 시사회는 그의 영화에 대한 관심을 지닌 관객들로 객석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이 날 <홀리 마운틴>이 상영된 후, <엘 토포> 상영에 앞서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이 참석한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열렸다.

◆ 관객과의 대화 내용

사회자: 지금부터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님과의 대화 시간을 시작하겠습니다.

Q. 영화 <홀리 마운틴>을 보면 수많은 종교에 관한 모습이 나와서 어떤 측면에서 보면 종교 모독이나 해석하기 난해함이 엿보이는데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A.
난 전혀 그럴 의도는 없었어. 그리고, 종교에 대해 신실한 감정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봐. 더군다나 난 신을 감히 해하려는 자가 아니야. 그래서, 다들 이 영화를 가지고 옳다, 아니다 라고 보는 걸지도 모르지. 난 이 영화를 보고 다들 이성을 찾기를 바랄 뿐이야.

Q. 옛날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전반에 보이는 미술적인 요소들이 현대 영화들에 뒤지지 않을 만큼 뛰어난데, 대체 어떻게 해서 만든 건지?
A.
그 당시 내가 카메라 한 대 가지고 찍었거든. 그래서, 찍기 너무 힘드니까 여러 가지 많이 시도해본 거 같아. 영화 속에서 회전하는 장면 있었잖아. 그 장면은 끈을 카메라에 묶어서 끈만을 사용해서 촬영한 거거든. 영화 데코레이션도 모두 내가 직접 한 거야.
동물들을 찍을 때는, 동물 사육사에게 돈 주고 밤에 몰래 데리고 와서 촬영했었고, 경찰은 경찰 옷을 배우에게 입혀서 촬영했어. 그걸로 진짜로 차 통행 막고 촬영한 적도 있는걸. 그래서, 난 영화의 매 장면을 도망치듯이 찍었던 기억이 나.
헬리콥터 씬도 실은 내가 무허가로 운전해 촬영했고, 영화에 등장하는 백만장자, 거미, 호랑이들 모두 진짜야. 영화 찍으면서 제일 두려웠던 건 바로 호랑이를 만진 일인데, 호랑이를 만지는 일은 매우 괴로운 일이야. 인생에서 한번쯤은 호랑이를 만져볼 필요가 있다고 봐. 그래야 비교할 수 있을 거야. 그러지 않으면 이해 못할 걸. 뭐 가끔 여자친구를 만지는 것이 호랑이를 만지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니까 경험해 보라구.

Q. 영화를 보면 정말 생각이 너무 독특한 것 같은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A.
그야 내 머리가 외계인 머리 같아서 그래.(웃음)

Q. 영화 속에 부인과 자제 분들을 많이 등장시키는데, 그렇게 한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자제분들 근황도 알려 주실 수 있는지?
A.
이 영화에 등장하는 부인은 전 부인이고, 지금은 베트남계 프랑스인인 아내와 살고 있어. 물론 연기를 시키고 싶은 생각은 있는걸. 그리고, 내 자식들이 나를 잘 따라서 시키면 다 해. 영화 찍을 때, 배우들하고 하니까 이런저런 제약 조건이 많아서 말이야. 실제 영화 속에 등장하는 배우의 계약 조건에서 물에 들어가는 촬영 장면에 대해 40Cm 밖에 못 들어간다는 조항이 있었거든. 그러면 무릎까지밖에 못 들어가잖아. 그것 때문에, 그 친구를 물에 넣으려고 온갖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촬영해봤는데, 내 자식들은 그럴 필요가 없어. 시키면 다 하거든.

Q. 영화 속 대사에서 ‘뭘 놓치고 보는 지도 모른다.’ 란 대사가 인상 깊은데, 만일 감독님이 2~30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놓치고 싶지 않은 건 무엇인지?
A.
지금 내 아내와도 나이 차이가 많이 나. 우리에게는 본질적으로 두뇌, 기술, 감정, 성, 육체 등의 부분으로 나뉘어 지고 있거든. 30대에는 육체적인 면과 성적인 면이 아무래도 제일 건강한 것 같아.
지금의 난 감정적인 면은 아직도 젊어. 이따금 8세, 10세, 15세로 돌아가는 것 같기도 해. 그래서, 난 두뇌와 감정은 그 무엇과 바꾸고 싶지 않아. 다만 내 몸은 바꾸고 싶어. 성은 인삼 많이 먹으면 건강해 지기도 해.
변화도 있겠지만, 늙는다는 건 바보로 되어가는 과정과도 같아. 그건 바로 두뇌가 한계를 알아가는 거라고 봐. 근데 내가 일하는 데에 있어서 두뇌는 점점 열린 생각을 하거든. 그러니, 두뇌를 사용하면 쇠퇴는 없어. 지금이 오히려 30대보다 더 많은 것들을 보거든. 다 이해했어. 결론적으로 말하면, 희망은 누구에게나 있다는 말이지.

Q. 20년 전부터 감독님의 팬이었다. 영화를 보면 다양한 텍스트와 심볼을 지니고 있다. 이런 건 모든 걸 다 알고 표현해야 하는데, 어떻게 그리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는지?
A.
내가 기적적으로 5살 때 칠레 북부에 인구래봐야 2천명 남짓한 곳에 살았는데, 그 곳이 볼리비아 촌이었거든. 거기에 나만 혼자 러시아계 백인이었지. 대개 그 곳에 사는 이들의 코는 작은데, 내 코는 커서 피노키오라고 불렀지. 그 때문에 당시에 친구가 없었어. 그래서, 난 도서관에 박혀 모든 걸 섭렵했지. 모든 건 책을 통해 배웠어. 지금도 난 집에서 책만 읽어.
아버지는 무종교에 스탈린을 신봉하는 사회주의자였거든. 그래서 수염이나 의상이 스탈린 스타일이었지. 그나마 천만다행인 것은 할아버지가 간디 스타일이라 조화가 잘 된 편이야. 안 그랬다면 정말 위험했을 거야. 그래서, 종교적 아스피린은 없는 편이야.
난 4살 때부터 두려움이 많이 느끼는 편이었어. 그래서 혼자 사는 걸 무서워하는 편이야. 그게 40세까지 계속 되었어. 어두운 것이 두려워 어두우면 자지 못해. 그래서, 결혼도 한 거야. 무서워서 고양이와 개도 키웠지.
모든 종교에 대해 공부했어. 기독교를 시작해 유대교, 이슬람교, 힌두교, 중국의 맹자, 티벳을 돌아다니며 배웠어. 마지막으로 영국에서는 점성술과 연금술을 배웠지. 그렇게나 많이 배웠는데도 계속 안절부절 못하는 거야. 그러니 화가 나서 지치는 거야.
이제 그만하자. 죽어버리면 끝이야. 이제 사는 것만 생각하자. 사는 것만 걱정하자. 그 자리에서 일어나서 인생을 다시 보게 되었어.
이제 난 아이팟으로 변했어. 나도 이제 아이팟이 되니까 모든 것이 리얼해진 거야. 하나에 모든 것을 하자.
내가 하는 모든 것을 집적 풀어보게 된 거야. 난 예술이 사람을 치료하기 위한 거라고 보거든. 그래서, 난 치료하기 위한 테라피로써 매주 수요일 타로점을 봐주며 사람들을 치료해주고 있어. 2년 전에 내가 한 사람을 만났거든. 그 사람은 처음에는 무력해 보였는데, 내게 지속적으로 치료를 해주었거든. 지금은 임신도 했어. 이러면 내가 <홀리 마운틴>에서 한 것을 이루어내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통역가를 바라보며) 사실 내가 아무 말이나 하는데, 실은 이 사람이 죄다 지어내고 있는 거야. 농담입니다. (웃음)

Q. 인터뷰 기사를 보니 한국영화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감독님 영화를 보니 김기영 감독님이 생각이 나서 그러는데, 그 분의 영화를 본 적이 있는지?
A.
사실 한국 이름이 너무 어려워. 난 사실 영화 제목과 내용 이 정도만 기억하고 있어. 내가 하루에 DVD로 영화 한 편을 보거든. 파리에 있는 차이나타운 DVD 판매상과 친해. 그래서, 한국 DVD는 모두 구해다 보고 있어. 최근에 보는 영화 중 인상적인 한국영화는 <한반도>, <왕의 남자>, <올드보이>,<친절한 금자씨>, <괴물> 등이 있어.
그 중에서 <괴물>은 친구들이랑 함께 영화를 봤는데, 괴물이 나올 때마다 ‘뷰티풀!’ 하고 박수를 쳤어. 오히려 난 괴물이 더 좋던 걸. 괴물이 직접 느껴지는 거 있지.  
김기영 감독 영화는 잘은 모르지만, 아마 내가 본 것 같아. 내 생각에는 한국영화라서가 아니라 한국영화가 현재 세계에서 아름답고 흥미로운 영화이기 때문이지.(관객의 박수)
감사합니다.

Q. 영화 속에 마임이나 움직임이 많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도 있는데, 차기작에 대해 현재 트레이닝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감독님의 손을 보고 싶다.
A.
마임만 약 10년 가까이 했지. 이외에도 다양한 마임 제작과 각본을 쓰기도 했어. 내가 맨 처음 한 마임들을 보여주지. (직접 마임을 해보이며) 보이지 않는 유리, 마이클 잭슨의 그 스텝도 실은 내가 맨 처음 했어. 어때? (관객들의 박수)
<성스러운 피> 이후 3년 동안 아들인 악셀을 마임 학교에 보내 완벽하게 배우도록 했어. 어제 내가 <난타>라고 좋은 걸 하나 봤는데, 칼로 내리치고 스윽 미는 제스처 있잖아. 그게 정말 인상적이었어. 마임은 내가 안 하고 아들에게 시킬 예정이야. 나에게 있어 가장 좋은 운동은 마음에 드는 이성을 곁에 두기이지.
차기작은 아무래도 감독과 연기 모두 다 하는 건 힘들 것 같아. 그것 말고도 데코레이션, 음악 등을 다하기 때문에 더 힘들지. 연기는 힘들고 고된 것 같아. 일단 차기작은 올 연말에 들어갈 예정이고, 일반인들을 기용할 예정이고, 배우 기용은 안 할 생각이야. 이제는 배우보다 일반인이 더 중요한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그게 틀린 생각일수도 있지.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들지 뭐야. 살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잖아. 굳이 완벽성을 추구할 필요성도 없는 것 같아. 때론 NG가 나는 것도 좋잖아. 그냥 원하는 거만 하면 되지 뭐.

사회자: 이상으로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님과의 대화 시간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ㆍ사진/ 방콕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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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맨 | 평소에는 어디든지 방콕하지만, 영화를 볼 때만큼은 영화관에서 사는 이. 방콕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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