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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기 전 갑작스럽게 보여진 예고편에 흠뻑 빠져 기대하게 된 영화. 과연 정윤철 감독은 어떤 영화를 보여주려는지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본 영화.

STORY

학교 밖에 모르는 아빠
가정을 위해 뭐든지 하며 가족을 지키는 엄마
아버지 아들이 아니라고 믿는 아들, 용태
존재 자체가 미스터리인 딸, 용선
그리고 막내인 개, 용구
무협작가면서 생활 백수인 이모
이들 여섯은 저마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는 이른바 콩가루 가족의 전형이다. 그런 그들 가족에는 저마다 말 못할 비밀이 숨겨져 있는데...

언제 바닥이 푹 꺼져버릴지 모르게 살얼음판을 걷고 있던 콩가루 심씨네 가족에게 드디어 사건이 터진다.

집밖에 모르던 아빠가 사고를 치고,
엄마는 노래방 총각에게 필이 꽂히고,
용태는 일편단심 나쁜 X의 비밀을 알게 되고,
용선은 미스터리한 선생에게 꽂히고,
용구는 바람이 나서 가출해버리고 만다.

과연 이들은 이대로 좋지 아니한 가족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콩가루 가족이래도 그냥 살면 좋지 아니한가?
과연 이 가족의 운명은?

<좋지아니한가>의 볼거리

-제목으로 풀어 본 ‘좋지 아니한가’의 다중적인 의미
정윤철 감독은 전작인 <말아톤>에서도 제목에 이중적인 의미를 부여한 적이 있다. 물론 이 영화 <좋지아니한가> 역시 제목에서 남다른 개성을 선보인다.

1. 좋지아니한家: 좋지 아니한 가족
2. 좋지아니한가: 이런 좋지 아니한 가족도 그 나름대로 좋지 아니한가
3. Sim"s Famliy: 심슨 가족에 비견되는 콩가루 가족 심씨네 이야기

이렇듯 영화 자체를 표현해내는 데 있어 자신만의 개성을 선보인다. 그 묘미를 알고 보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달라 보이기 쉬운 영화다.

-심씨네 가족 이야기 : 언뜻 보면 남 이야기 같고, 언뜻 보면 우리 이야기
영화 속 가족들을 보면, 이들에 대해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기 쉽다. 하지만, 영화 속 가족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영화에서 오는 재미는 달라진다.

콩가루 가족인 이 집안이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과연 어디서부터 해결되어야 하는지
과연 어떻게 하면 가족다운 가족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이대로라도 상관없는지

따로 노는 듯한 가족들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실제 요즘 가족들이 지내는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모습과 그들의 대사를 보면, 실제 한 번쯤 주위에서 본 적이 있는 모습들로 채워져 있다.

백수 신세이면서 얹혀사는 이모 같은 존재나
전생과 미스터리에 빠져 사는 시절의 모습이나
일에 지치나 갑작스레 사랑에 빠져버리는 모습이나
‘내 부모가 진짜 부모 맞아?!’ 하는 생각을 가진다거나.
그런 면에서는 나름대로 자신의 가족의 모습과 비춰보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최근 한국영화의 경향을 탈피하다
1. 리허설을 통한 연출
이 영화는 최근 한국 코미디 영화의 경향이라 할 수 있는 애드립이나 오버 연기들이 넘쳐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기존의 영화에서 보인 동적인 면보다는 반대로 정적인 면에 더 비중을 둔다.

이는 최근의 한국영화의 연출 경향을 벗어나, 일본영화나 드라마에서 중시하는 리허설에 충실한 연출 방식을 택한 점을 주목해 볼만하다.
이를 통해 사전에 모든 것을 계산하고 연출해낸 점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동적인 모습에 비중을 두는 장면도 나오긴 하지만, 이 역시 철저한 계산을 통해 만들어졌음을 유념해 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극중 대사에서 간간히 드러나는 의외성과 인과성을 살펴본다면 그걸 음미하는 재미 역시 쏠쏠한 편이다. 이런 재미를 못 찾는다면 꽤나 심심하게 느껴지기 쉽다.

2. 캐릭터 중심의 구성이 돋보이는 영화
이 영화는 최근 상업 영화에서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강조하기보다는 영화 속 캐릭터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심씨네가 비주류에 가까운 모습이라면 그들을 둘러싼 이들은 주류에 가까운 일반적인 모습들이다.
이들 가족을 둘러싼 이야기는 저마다 특색이 있고 개성이 돋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보면 매력적인 영화라 할 수 있다.  

<좋지아니한가>의 아쉬움

-기대 심리와 다른 모습을 선보이다 : 섣부른 기대를 갖지 마라
어쩌면 이 영화를 보는 데 있어 시트콤이나 코미디 영화의 컨셉을 기대한다면 낭패 보기 쉽다.   

우선 이 영화는 가족에 관한 영화지만, 기존의 가족을 다룬 코미디 영화와는 조금 다른 길을 간다. 기존의 스토리텔링 중심이 아닌 캐릭터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는데, 기존의 딱딱 맞아떨어지는 방식의 이야기 전개가 아닌 각기 다른 에피소드가 진행되어가는 만큼 그에 따라 보기가 달라지는 영화다.

일반적인 우리 영화에서의 흥행 공식은 캐릭터보다 이야기에 더 비중을 두곤 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그런 이야기보다 더 눈길을 끄는 건 바로 캐릭터이다. 그로 인해, 어느 정도 이야기의 설명이나 복선에 대해 허점을 드러내기도 한다. 관객의 일반적인 기호라는 입장에서 본다면 그리 환영받지 못할 모습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의 우리 영화에서 보여지는 ‘그 나물에 그 밥’과도 같은 진행 방식보다는 식상하지 않다는 점에서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만족한다.

<좋지아니한가>를 보고

-이 시대의 가족에 대해 또 다른 측면에서 본 영화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가족은 꽤나 문제 많은 콩가루 가족이다. 이전에도 이러한 가족들을 다룬 영화들은 꾸준히 만들어져 왔다.

할리우드 영화라면 <아메리칸 뷰티>가 있고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이라면 <심슨 가족>이 있다.  
이들은 제각기 미국 가족의 자화상으로서 그려진 영화들이다.

우리 영화라면 <바람난 가족>, <가족의 탄생>이 있고,
TV 시트콤으로 <순풍산부인과>, <거침없이 하이킥> 등이 있다.

그럼, 이 영화는 어떤가?
할리우드 영화처럼 치장을 하거나 화려하지도 않고 만능이지도 않다.
영화 속에서의 심씨네는 오히려 아웃사이더 같은 가족이다. 허나 달리 생각해 보면, 그를 둘러싼 모습들이 바로 현대 사회에서의 우리 가족을 또 다른 측면으로 바라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적어도 TV 광고처럼 매일 행복한 웃음을 띠고 있는 가족보다는, 다들 자신의 일과 생활에 치여 가족이 남처럼 느껴지는 모습과 자신의 것을 가장 중시하는 모습들이 더 진실한 건 아닐까.
그러면서도, 그러한 가족이 위기에 처했을 때 그들의 곁을 지키는 사람은 친구도 동료도 애인도 아닌 바로 가족인 것을...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심씨네 역시 한국의 가족이 지니는 보편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인 시선이라면 심씨네와 같은 콩가루 가족에 대해서는 싫어할 것이다. 하지만, 심씨네 일가 내에서라면 그들 나름대로의 방식이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내게 <좋지아니한가>는 이 시대 우리의 가족에 대해 다른 측면에서 본 영화로 기억된다.  

글/ 방콕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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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맨 | 평소에는 어디든지 방콕하지만, 영화를 볼 때만큼은 영화관에서 사는 이. 방콕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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