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늦은 시간, 한적한 시골 마을 골목길에서 피투성이가 된 채 나타난 한 여성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화면이 전환되면, 8년간의 복역을 마치고 돌아온 옌이 엄마 아이리와 재회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면서 복권을 파는 엄마 아이리는 다소 직설적인 반면, 오랜 복역으로 일상이 낯선 옌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어느 날, 옌의 나이 어린 이복동생이 찾아오면서, 가까스로 균형을 이루던 두 사람 사이의 긴장이 폭발한다. 린슈위 감독은 흑백 화면을 통해 옌과 아이리의 이야기를 각각의 시점으로 차분하게 풀어가며, 이들이 서로를 보듬게 되는 순간을 향해 천천히 다가간다. 양귀매와 하우교는 엄마와 딸, 그 지긋지긋한 애증의 관계에 긴장감 넘치는 연기로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박선영)
1997년. 제1여고 입학시험에 실패한 아이는 엄마의 강압에 못 이겨, 제1여고의 야간 학생이 된다. 같은 교복을 입지만 명찰의 색이 다른 주야간의 학생들은 교실을 공유하는데, 아이는 주간 학생 민과 책상을 나눠쓰게 되면서 단짝 친구가 된다. 민과 함께 민의 교복을 입고 주간 학생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던 아이는 어느 날, 루커를 만나 미묘한 설렘을 느끼게 된다. 아련한 추억의 장소이기도 하지만 학업 성취도에 따른 계급 사회의 축소판이기도 했던 그 시절의 학교를 배경으로, <우리들의 교복 시절>은 십 대들의 사랑과 우정, 좌절과 성장의 스토리를 담백하고 솜씨 좋게 풀어 간다. <침묵의 숲>(2020)으로 금마장 신인배우상을 수상한 진연비(천앤페이)를 비롯한 대만의 연기파 신인배우들이 주연을 맡아 풋풋한 성장 드라마를 완성했다. (박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