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포커스 : 격변기를 산 일본 여인의 초상

 

 

 

20여 년 전, 마츠모토 세이쵸 소설을 구해서 본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마쓰모또 세이쬬로 표기 되었는데 <나비성>이라는 작품을 보았다. 꽤 충격을 받은 작품인데 정작 그 이후 다른 작품을 본 적이 없어 잊고 지냈다.

 

최근 이누도 잇신 감독의 영화 <제로 포커스>가 그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라 어떤 모습의 추리 영화로 그려낼이지 궁금했기에 본 영화.

 

제로 포커스의 매력

이누도 잇신 감독의 감성 추리 영화, 제로 포커스

 

  

이누도 잇신 감독의 영화를 여러번 보았지만 그의 작품 가운데에서 추리 영화를 접한 적은 없었다. 바로 그 점때문에 <제로 포커스>에 대한 궁금증이 더 많았는 지도 모른다.

 

3인 3색의 여배우, 나카타니 미키, 히로스에 료코, 키무라 타에

 

 

 

<제로 포커스>에는 테이코(히로스에 료코), 사치코 (나카타니 미키), 히사코(키무라 타에)등 총3명의 여인이 등장한다.

 

이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색깔을 지니는데

사치코는 과거와 여성이라는 굴레를 벗어나려는 혁명가로서의 삶을

히사코는 천상 여인으로서의 삶을

테이코는 진실을 찾으려 하는 탐정으로서의 삶을

보여준다. 이들은 미군정 치하 이전과 이후의 시대를 대변하는 일본 여성의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눈길을 끄는 배우, 니시지마 히데토시

 

최근 일본 영화를 어느 정도 봤다면 한 번 쯤 니시지마 히데토시의 영화는 봤을 듯 싶다. 비록 <제로 포커스>에서는 조연에 지나지 않지만 영화 속에서 존재감을 보여준다.

 

뒤이어 개봉한 영화 <사요나라 이츠카>에서는 주연으로서 그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로 그 점 때문에 그에게 눈길이 가는 지도 모른다.

 

그 시절 일본의 일그러진 현실의 그림자를 담다

 

일제의 패망 이후 일본에 대한 이야기는 주로 영화, 책을 통해 가끔 보기는 했지만 그 시대를 산 세대가 아니가에 아무래도 아는 바는 그리 많지 않다. 다만 그 모습이 우리에게도 유사한 세대가 있겠지 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제로 포커스>는 일제 패망 후 미군정 실시 시절과 그 이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시대를 보자면 6.25 전쟁 전후의 이야기 정도로 생각이 된다.

이누도 잇신 감독의 스타일 엿보기

 

감독의 작품 가운데 개봉한 영화를 보면 <금발의 초원>,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메종 드 히미코>, <터치>, <구구는 고양이다>, <제로 포커스>에는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 일본 여인 초상을 담은 영화

 

이누도 잇신 감독의 영화을 종종 접하다 보니 하나 눈에 띄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여인을 담아내는데 있어 일가견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저마다 다른 모습의 여인이나 그 시절의 여성을 담아낸다는 점이다. 그리고, 아무리 역경과 고난이 있더라도 정면으로 부딪쳐 이를 이겨내려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 역시 그의 영화에 등장하는 여인상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비록 언급한 영화에는 있지 않지만 <비잔> 역시 여인을 담아내고 있다.

 

- 지역성에 따른 일본의 색채를 담아내다

 

앞서 열거한 작품들에도 느낄 수 있는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이누도 잇신 감독의 영화에는 지역색이 담겨져 있다는 사실이다. <제로 포커스>에서는 홋카이도를 중심으로 배경을 한 만큼 그에 따른 색채를 느낄 수 있다.

 

제로 포커스를 보고

 

격변기를 산 일본 여인의 초상, 제로 포커스

 

<제로 포커스>에 등장하는 사치코, 히사코, 테이코 이들 세 명의 여인은 각기 한 시대를 대변하는 인물들이다. 사람은 사회와 환경의 변화에 의해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

 

이누도 잇신 감독은 이 영화를 추리 영화로 담아내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또한 단순히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태도를 그려내기보다는 그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애를 쓴 사람들을 담아내고자 했다는 사실을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제로 포커스>에 등장하는 세 명의 여인들은 비단 일본에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실제 우리에게도 그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이들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단순히 일본에 한정된 영화가 아니라 우리에게도 여러모로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그 때문에 영화 속 여인들의 모습이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팡팡걸의 사연에서 한국의 양공주를 떠올리다. 그리고, ...

 

<제로 포커스>에서 주요 인물의 과거사에 결정적인 단서 중 하나는 팡팡걸이다. 미군정 시절 일본에서 팡팡걸의 존재는 그리 내세울만한 모습도 아니고 잊혀져야 할 모습이다. 그녀들의 모습은 우리에게는 양공주의 존재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에게 치유되지 않고 해결되지 않은 한일 간의 문제인 정신대를 떠올리게도 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녀들의 모습이 더 잊혀지지 않는다.

 

제로 포커스를 보고 떠올린 영화

 

  

정확히는 <사요나라 이츠카>를 보고 난 뒤 <제로 포커스>를 떠올렸다. 유사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점과 니시지마 히데토시가 출연한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더 겹쳐 보였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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