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 후드 : 한국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생각하게 한 영화
<글래디에이터>, <어느 멋진 순간>, <아메리칸 갱스터>, <바디 오브 라이즈>를 통해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준 바 있는 리들리 스콧 감독, 러셀 크로우 콤비. 두 사람은 <글래디 에이터>로 큰 반항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로빈 후드의 전설은 수 차례 영화화된 바 있기에 조금은 식상하지만 두 사람이라면 어떨까 하는 기대감에 본 영화.
* 필자 주. 이 영화에 대한 기술에 있어 다소 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있으니 영화를 보고 난 뒤에 봐주시기 바랍니다.
로빈 후드의 매력
리들리 스콧 감독의 로빈 후드 비긴즈, 로빈 후드
<로빈 후드>는 이제는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존재인 로빈훗의 전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전에도 로빈 훗을 영화화한 작품은 많았다. TV 애니메이션으로 본 적이 있으며 더욱이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로빈 훗>이 흥행작이었기에 적어도 내 눈에 너무나 익숙한 존재가 바로 로빈 후드다. 허나 리들리 스콧 감독과 러셀 크로우 콤비는 바로 그 익숙한 로빈 후드를 아주 특별한 이야기로 탈바꿈 시킨다.
- 전설과 역사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의 재구성
우선 우리가 알고 있던 로빈 후드는 먼저 이 영화에서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자왕 리처드를 아예 초반에 죽여 버리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로빈 후드의 존재 역시 사자왕 리처드 밑에 있던 일개의 병사에 불과할 뿐 역시 귀족과는 거리멀다. 평민인 그는 전쟁 영웅으로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스스로의 인생에 새로운 이정표를 만든다. 이는 향후 존 왕과의 관계 역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한다.
바른 말을 할 줄 아는 의인이자 새 시대를 이끌어가는 시민들의 대표로서 거듭나는 로빈 후드는 기존에는 중세 배경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영웅 일대기를 담아낸다.
이는 리들리 스콧 감독, 러셀 크로우 콤비의 <글래디 에이터>의 막시무스와는 또 다른 스타일의 영웅일대기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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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록버스터 전쟁 영화로서 전쟁의 묘미를 살려내다
<로빈 후드>는 블록버스터 영화인 동시에 전쟁 영화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블랙 호크 다운>, <글래디에이터>, <킹덤 오브 헤븐>, <지 아이 제인> 등의 전쟁 영화를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과 강점을 보여준 바 있다.
로빈 후드의 전설을 떠올린다면 당연히 의적이니 게릴라전으로 그려낼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리들리 스콧 감돗은 이마저도 그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한다. <로빈 후드>에서는 공성전으로 시작해 일대일의 결투, 게릴라전, 시가전, 상륙작전, 전면전 등 다양한 형태의 전투 씬을 보여준다.
이는 바로 리들리 스콧 감독이기에 더욱 빛을 발한 것이라고 밖에 생각이 안 든다.
13세기 영국에서 2010년 한국을 떠올리다
<로빈 후드>는 13세기 영국이 주무대로 절대왕정을 추구하는 존왕과 왕의 폭정을 경험한 귀족과 평민들과의 대립이 큰 줄기를 이룬다. 영화를 보면서 문득 느끼는 것이지만 13세기 영국의 상황은 지금의 우리의 상황과 상당 부분 닮아다는 사실이다. 실제 표로 보면 다음과 같다.
|
로빈 후드 |
한국 |
선대 권력자 |
사자왕 리처드 |
전직 대통령 |
후임 권력자 |
존 왕 |
MB |
권력자의 정치 |
일방 통행, 권력을 이용한 억압과 통제된 정치 | |
경제 상황 |
부익 부 빈익 빈 | |
국토 |
폭정에 의해 황폐해져 가는 국토 | |
권력자의 반대파 |
북부지역 귀족과 평민 |
국민과 시민단체 |
전쟁 상황 |
전쟁 |
휴전 |
주적 |
프랑스 |
북한 |
문제 |
인간답게 사는 권리 |
진정한 자유를 누릴 권리 |
위에 열거한 상황 뿐 만이 아니라 이외의 여러 장면에서 상당 부분 연상되게 하는 상황이 많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 모습에서 지금의 한국을 떠올리게 해 씁쓸한 마음이 가득했던 영화.
우리의 현실에 메시지를 던진 영화
<로빈 후드>를 보면 우리의 현재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 영화는 어두운 현실에서 보다 나은 미래를 가기 위한 비전을 던진다.
그 어떤 억압과 폭정에도 그 자리에서 마냥 포기할 것이 아니라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용기과 행동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그래야만 우리가 바라는 미래를 마주하지 않을까. 바로 그 점이 이 영화의 미덕이다.
로빈 후드를 보고
한국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생각하게 한 영화, 로빈 후드
<로빈 후드>는 13세기 잉글랜드를 배경이지만 그리 간단한 재미 위주의 영화는 아니며 그저 과거의 이야기로 머무르지도 않는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러셀 크로우를 통해 전설에 불과했던 인물인 로빈 후드이야기를 새롭게 재구성해낸다.
부정하고 불의로운 절대왕정과 같은 권력에 의해 힘겨워 하는 13세기 잉글랜드의 모습은 지난 시절 우리의 굴곡진 현대사와 닮았다. 그리고, 불의에 항거하는 로빈 후드의 존재는 그 시절 독재에 항거했던 우리의 민주주의에 항거하는 이들의 모습과도 닮았다.
더 중요한 사실은 그저 단순히 우리의 굴곡진 과거사에 해당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한국의 현실과도 닮았다는 사실이다. 독선과 오만에 빠진 채 조금 더 교묘해진 방식으로 권력을 유지하려는 세력과 그들을 따르는 자에 의해 평범한 시민들과 약자들의 자유와 권리가 점점 더 억압받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는 내내 한국의 현실이 머릿 속에 맴돌았던 영화.
진정한 자유의 가치와 의미를 이야기하다
13세기 잉글랜드에는 자유와 인권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지 않았다. 그저 왕과 귀족이 시키는대로 살아갈 뿐이었다. 하지만 십자군 원정의 결과는 모든 걸 바꾸어 놓기에 충분했다. 지독한 가난과 독선적인 권력의 수탈은 국민의 삶을 더 피폐하게 만들어 두 가지 선택의 갈림길에 서고 말았다. 수탈을 당하거나 아니면 권력에 항거해 도적으로의 삶을 내몰리게 된 것이다.
국민이란 수동적으로 대처하면 권력에 의해 그저 시키는 대로 사육된다면 그저 그들의 보급대에 지나지 않는다. 평생 그들이 만든 법칙에 따라 수레바퀴 안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하루살이와 같은 인생을 살아갈 뿐이다.
로빈 후드는 바로 그와 같은 굴레와 한계를 벗어나 새로운 길을 가려는 인물이다. 독재와 독선이 넘치는 왕들에게 진심으로 그들의 문제와 그에 따른 해결책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그들이 진심으로 국민들을 위하지 않을 때 비로소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스스로 정면에 나선다.
이는 절대왕정이라는 권력이 지배하는 시대에서 계급과 차별이라는 시대의 한계를 뛰어 넘어 위대한 자유 의지를 가진 영혼으로서 스스로의 자유를 얻기 위해 정면으로 맞선 인물이다. 이는 같은 경험이 있는 우리에게도 같은 a 21세기에 사는 우리에게도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인물로 재창조해낸다.
만일 이를 벗어나 자유를 얻고 찾고 싶다면 자신의 마음 속 신념을 따라 끝까지 싸워 나가야만 비로소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자신의 권리 즉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걸 관객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건 아닐까.
표류하는 한국 우리의 로빈 후드는 바로 우리 자신이다.
지금처럼 갈길을 모르고 정처 없이 표류하고 있는 한국의 모습을 보면 슬프기 그지 없다. 가진 자들은 더욱 배를 불리지만 그렇지 못한 자는 점점 더 궁핍해 갈 뿐이다. 이와 같은 현실이 굳어지는 가운데 정작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이야기 하기 보다는 해묵은 이념 대립과 갈등만이 지속되는 현실은 영화 속 잉글랜드와 그리 다를 바 없어 보인다.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13세기 잉글랜드의 모습과 유사해 보인다는 걸 보면 씁쓸하기 그지 없다. 만약 지금 우리에게 로빈 후드가 있다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혼자라면 힘들 것이다. 하지만 억압과 폭정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국민들 하나 하나가 힘을 모아 로빈 후드가 된다면 어떨까.
우리 국민은 지난 날 그 힘든 고난과 역정을 함께 이겨왔다. 먹고 사는 게 힘든 것도 문제지만 그 원점에는 바로 사람답게 사는 권리가 없다면 사육되는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 목소리를 내야만 진정한 우리의 자유와 권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로빈 후드>에서 로빈 후드는 자신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졌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우리의 자유와 권리를 누리기 위해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투표가 아닐까. 우리의 한 표가 우리의 권리와 자유를 지켜주는 힘이 될 테니까 말이다.
로빈 후드를 보고 떠올린 영화
의적 로빈 후드
오래 전에 본 영화. 로빈 훗의 전설을 영화화했다는 점에 공통 분모를 지니고 있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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