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회 부산국제영화제] 우리 의사 선생님
최근 예능을 보면 강호동과 유재석의 라인을 따 강라인 유라인을 이야기 하곤 한다. 영화는 특히 그와 같은 경향이 많다. <우리 의사 선생님>은 니시카와 미와 감독은 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스태프로 시작해 이른바 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제작한 영화 <산딸기> 데뷔했다. 그런 만큼 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라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4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으로 <유레루> 이후 오랜만에 감독이 내놓은 장편 영화로개봉 당시 일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작품이었기에 어떤 색깔의 작품일 지 기대했던 영화.
우리 의사 선생님의 매력
우리 의사 선생님은 영화 속에서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의사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이제껏 나온 의사를 내세운 영화 가운데 인상적인 영화다. 비록 본 적은 오래되었지만 워낙 여운이 남는 영화라 뒤늦게 정리 하는 중이다. 그에 대해 하나 하나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의사에 대한 비밀과 그에 대한 진실 찾기
어느 시골에서 살고 한 의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을에서는 신과 같은 존재인 의사 선생님. 그의 실종을 둘러싼 채 경찰이 마을로 등장한다. 그런 그에게 남에게는 말 못할 비밀이 숨겨져 있다. 경찰이 그의 실종으로 인해 사건을 해결해나가면서 그의 비밀을 캐내면서 그에 대한 모습을 하나 둘 제대로 보여준다.
그가 어떤 의사였는지?
그의 과거는 어떠했는지?
그의 평판은 어떠했는지?
그로 인해 벌어진 불상사는 없었는지?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의사를 조사하면서 그에 대한 진실의 조각을 하나 하나 맞춰간다. 영화는 그에 대한 진실을 찾아가면 갈수록 새로운 진실과 그 속에서 무언가를 생각하게 한다. 바로 그 점이 이 영화만의 매력이다.
세 명의 의사를 통해 본 의사
의사는 사람을 살리는 숭고한 직업이다. 하지만 현재는 과연 의사가 어떤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 의사 가문의 후계자로 철부지 인턴에서 진정한 의사로의 길을 걷는 이, 소마
극중 소마(에이타)가 시골에 인턴으로 올 때 동기 친구와의 대화만 봐도 그렇다. 적당히 시간을 보내고는 의사가 되어서 자신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병원을 물려 받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질 뿐 의사 자체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는다.
그리고, 그가 배운 것이 과연 얼마나 현장에서 유용하게 지낼 수 있는가에 대해 보여주는 모습 역시 그리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의사 중에서 큰 뜻을 가지고 지내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렇게 지내는 이들도 있지 않을까.
- 유능한 의사이지만 어딘가 막힌 여의사. 이노의 만남으로 인해 한 단계 성장한 리츠코
여기에 또 한 명의 의사가 리츠코(이가와 하루카)가 있다. 의사에 대한 생각도 뚜렸하고 열심히 일하는 그녀는 큰 병원에서 일하는 유능한 의사이지만 정작 어머니의 증세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일에 대해 매진할수록 점점 그녀 자신의 한계를 알고 정체되어 간다. 이노를 만남으로 인해 그 동안 자신의 정체된 상황에 대해 일련의 깨우침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하게 된다.
이들을 통해 보여준 모습은 의사를 꿈꾸는 이와 의사라는 한계에 가로 막힌 이들의 모습을 단면을 잘 드러내고 있는 건 아닐까. 그리고 이노를 통해 이들이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그 자체로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 시골의 명의 하지만 비밀을 간직한 의사 이노
이노는 결코 소마와 리츠코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다. 시골에서 묵묵히 일하며마을 사람에게 두터운 신망을 얻는다. 그렇기에 그는 스스로 약점이 많고 부족함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그는 끊임없이 공부하며 노력한다.
언제나 바른 길을 걷는 그이지만 갑작스런 실종으로 인해 그의 존재감은 더욱 커 보인다.
진정한 의사의 길에 대해 묻다
니시카와 미와 감독은 <우리 의사 선생님>을 통해 이 시대의 의사에 대해 묻는다. 진정한 의사는 어디에 있냐고. 면허의 유무에 따라 진짜 의사와 가짜 의사로 판가름하는 현실에 있어 그의 존재는 각별하다. 게다가 국내에도 한동안 면허의 유무에 따른 의사 논란이 있었던 바가 있기에 여러모로 생각할 여지를 준다.
일본의 사회적인 구조에서 오는 문제상을 그려내다
<우리 의사 선생님>의 시골 의사 선생님이 보여주는 모습은 비단 의사 분야에 한정 된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실제로는 일본 사회 내부에서 오는 구조적인 문제도 어느 정도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일본 영화를 보다 보면 일본의 장인 정신을 논할 때 하나의 직업을 이어서 계승하는 방식이 종종 있다. 물론 좋은 점에서 본다면 매우 좋지만 이 영화를 그 부분의 그림자를 보여주기도 한다.
영화 초반 젊은 인턴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의식을 보면 투철한 사명감이나 의식이 중심이 된 것이 아니라 아무런 의식 없이 그저 따라가는 수동적인 삶의 모습은 일종의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일본의 젊은 이들이 가지고 있는 의식이나 생각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할 기회를 부여해주는 게 아닐까 싶다.
실제 이 모습은 비단 일본 내부의 모습일 뿐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쇼호쿠테이 츠루베의 발견
<우리 의사 선생님>의 주연인 이노 선생님으로 분한 쇼호쿠테이 츠루베는 일본 영화로서 관객에게 그리 알려진 배우는 아니다. 내가 그를 알게 된 것은 부천영화제 때 본 <나오코>가 그 출발점이다. 당시 그는 마라톤부의 코치로 나왔는데 상당한 존재감을 보여준 바 있다.
<우리 의사 선생님>에서의 그의 연기는 평범하면서도 뭔가 사연이 있는 남자인 이노를 은 무엇이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보여준다. 마치 그 외에는 이노 선생역은 더 이상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 의사 선생님을 보고
니시카와 미와 감독의 진실과 거짓 그리고 가족 그 세 번째 이야기, 우리 의사 선생님
니시카와 미와 감독의 장편 영화 <산딸기>, <유레루>는 진실과 거짓 그리고 가족을 영화의 소재로 다루고 있다. <우리 의사 선생님> 역시 진실과 거짓, 그리고 가족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전작과는 달리 추리극 적인 요소를 도입해 영화 속 주인공 이노에 대한 진실 찾기를 그려낸다.
진실과 거짓은 반드시 좋고 나쁨으로 갈리는 것은 아니다.
진실이 때에 따라서는 고통이 수반될 수도 있고
거짓이 때에 따라서는 행복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올바른 진실도 좋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올바른 거짓도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처럼 보기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볼 수도 있고 거짓도 그 유형에 따라 다른 의미와 울림을 보여준다는 걸 느끼게 되는 작품이다.
이와 같은 구도 속에서 감독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이끌어낸다. 가족에게 있어 진실과 거짓은 또 다른 상황을 이끌어낸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산딸기>, <유레루>를 잇는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기존의 감독의 작품을 보았던 관객의 입장인 내게 이 작품은 여러 모로 보고 난 뒤에도 울림을 주는 영화다.
설사 니시카와 미와 감독의 작품을 보지 않았다 해도 <우리 의사 선생님>은 그 자체로 매력적인 영화임은 변함이 없다.
진정한 의술에 대한 길을 묻다
<우리 의사 선생님>이 보여주는 의술의 길은 현재 한국의 상황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한국에서 불고 있는 의학의 상품화가 과연 의료 서비스의 선진화의 길일까.
농어촌의 의료 현실은 어떤가
의사 선생님은 지금 어떤 길을 가고 있는가
진정한 의술이란 무엇인가
이 영화는 그런 점에서 여러 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진정한 의술은 바로 사람을 살리고 환자들에게 있어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길을 가고 있는 것일까. 이른바 영리법인과 같은 길이 분명 의술의 상업화에 있어서는 분명 좋은 모습이긴 하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병원을 잘 되어 있지만 정작 농어촌과 같은 곳에서는 그와는 사뭇 다른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일회성 이벤트처럼 봉사 활동보다는 곁에서 지켜줄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함을 잘 보여준다. 우리의 주변부에 있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의사들의 존재에 대해서 한 번쯤 더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소중한 직업인 의사 선생님에게 있어 진정한 의술에 대한 생각과 의식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내게 너무나 인상적이었던 영화다.
한국의 현실을 떠올리다.
한국의 현실은 과연 어떤가.
대도시에서는 병원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언제 어디서든 병원을 가서 진찰을 받고 몸 관리를 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시골에서는 그리 쉽지 않다. 정작 유능한 의사들은 대도시에 주로 있기에 아무래도 힘들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 역시 영화 속 시골 모습과 그리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의사 선생님이란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다. 사람을 살리는 길을 중시하지만 정작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권리를 행사하기 일쑤다.
면허라는 이름으로 인해 진짜 의사와 가짜 의사로 나뉘고 있다.
그리고, 의학에 따라 서약의학과 한학으로 나뉜다.
하지만 이에 포함되지 않는 의술은 무면허 의술에 불과하다.
사람을 살리는 게 의술이지 편 가르기에 치우친다면 그것이 진정한 의술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한국 사회
이 영화는 의사 선생님으로 한정되어있으나 비단 의사라는 직업에 한정되는 것만은 아니다. 실제로는 이와 같은 모습을 사회로 확장해서 생각해보면 이와 같은 모습을 주위에서 종종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여러모로 생각하게 하는 영화.
우리 의사 선생님을 보고 떠올린 영화
니시카와 미와 감독의 영화. 형제와 오누이를 내세우며 진실과 거짓 그리고 기억에 인한 오해가 영화의 중요한 소재로 다루어진 작품. <우리 의사 선생님> 역시 비록 상황은 다르지만 같은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한 번 쯤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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