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인형 : 공기인형 그 두 번째 만남
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알려진 대표적인 일본 영화 감독 중 한 사람이다. 나 역시 영화제를 통해 알게 된 이후 감독님의 작품을 매번 GV 일정을 꼭꼭 챙겨 보는 편이다. 앞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GV 티켓을 구해서 본 작품으로 아쉽게도 다른 일정으로 인해 GV 시간을 다 지키지 못한 바 있다. 국내에 개봉한다는 소식에 다시 한 번 보고픈 생각이 들어 본 영화.
일전에도 영화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을 정리한 바 있는데 최근 다시 보았기에 이번에는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공기인형을 보는 키워드
주의. 이 글에는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보기 전에 보지 않기를 권합니다.
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일본 사회에 던진 판도라의 상자, 공기인형
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공기인형>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공기인형 노조미를 통해 여러 가지 화두를 던진다. 이는 다음과 같다.
- 노조미가 만난 사람들을 통해 본 현대인의 고독과 결핍, 단절
<공기인형>에는 공기인형 노조미 이외에도 눈여겨 볼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영화 속에서 노조미가 만난 사람들이다.
사람에게 상처를 받아 공기인형 노조미를 통해 만족하는 히데오
노조미의 모습에 반해 DVD 렌탈 숍에 출근하는 메이드 오타쿠
아내를 여의고 아이와 함께 사는 싱글 파더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상경해 하는 일 없이 폭식증에 걸린 여인
혼자서 지내는 중년 렌탈숍 사장
연애는 관심이 있지만 정작 관심을 받지 못하는 골드 미스
파출소를 나홀로 지키는 경찰
혼자서 살아가는 독거 노인
이들은 다양한 부류와 연령층을 보이고 있다. 허나 이들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을 느낄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고독함과 결핍이다. 그리고, 이들은 함께 소통과 공유를 하기 보다는 단절된 모습을 보인다.
이는 비단 일본 뿐만이 아니라 우리 현실에서도 존재하고 있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 풍요 속의 빈곤 도시를 담아내다
화려한 조명과 네온 사인으로 인해 불야성을 이루지만 정작 자신만의 공간에서만 지내는 이들의 모습은 대도시의 화려하게 포장되어 있는 현실에서 정작 속은 곪을 대로 곪아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잘 대변해 준다. 이는 풍요 속의 빈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더없이 잘 대변해 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 사람들의 또 다른 자화상 공기인형
극 중 공기인형인 노조미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먼저 외양이 사람과 같아지고 나중에는 점점 감정 역시 사람과 비슷해져 간다. 노조미는 사람들과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풀어가는데 감독은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서 사람을 이야기한다.
준이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딘가에 구멍이 존재하고 있다고 하며
노인은 자신의 옛 사진을 보며 자신 역시 누군가의 대용품이기도 했던 사실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히데오는 노조미한테 자신이 바랬던 것처럼 자신 역시 회사에서는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는 사실.
실제로 현실에서 사람은 누군가의 대체제이자 대용품으로 사용되고 있는 모습은 다를 바 없다.
바로 이와 같은 모습이 있기에 더 많이 공감할 수 있었던 지도.
- 현대인을 위한 치유의 드라마
앞서 공기인형인 노조미가 만난 사람들이 현대인의 고독과 상실을 다루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 영화가 끝은 아니다.
노조미와 그들의 만남은 결국 그들을 변화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쓸쓸하고 외로운 존재인 사람들에게 있어 노조미는 그들에게 각기 다른 형태로 위로와 위안을 준다. 그런 의미에 있어 <공기인형>은 현대인을 위한 치유의 영화다.
동화 같은 이야기인 동시에 지극히 현실적인 영화
공기인형인 노조미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는 지극히 판타지 영화 같은 느낌을 담고 있다. 마치 우리가 알고 있는 여러 동화들이 이 영화 한 편에서 숨을 쉬는 듯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왜? 그것은 바로 현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지극히 일본적인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영화와 일본에서만 존재하는 것일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 너무나 풍족한 사회이지만 정작 그 곳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에는 풍족함보다는 고독함과 결핍을 느낄 수 있는 건 단순히 이 영화 속 모습만은 아니다. 그건 바로 현실에 엄연히 존재하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극히 현실적인 영화라고 말할 수 있을 듯 싶다.
사람들 속에서 나에 대해 생각하다
극중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남녀노소할 것 없이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은 비록 모습은 다르나 실제로 나 혹은 내 주위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유형의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그들의 모습에서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여러 가지 감정이 들게 하는 영화다.
나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곰곰이 생각하게 한 계기가 된 점에서 여러모로 의미 있는 영화.
두 번째로 본 공기인형. 여전히 내게는 각별한 영화
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팬인 내게 있어 <공기인형>은 지난 해에 본 이후 몇 개월 전에 리뷰를 완성한 바 있는데 오랜만에 다시 보니 더 각별하게 다가왔다. 덕분에 조금은 더 다양하게 이야기 할 수 있어서 좋았던 영화.
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며 ... .
공기인형을 보고 떠올린 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환상의 빛, 원더풀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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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지극히 현실적인 영화들을 만들어 왔다. <공기인형>의 경우, 공기인형 노조미의 캐릭터만 판타지적이지 실은 현실적인 영화라고 본다. 이와 같은 경향의 작품은 <환상의 빛>, <원더풀 라이프>와 같은 감독의 초기작에서 유사한 성향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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