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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 수배극이라는 새로운 성격의 영화로 올해 설 시즌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오르고 있는 영화 <그놈 목소리>가 그 모습을 공개했다. 그래서 그 모습을 보기 영화관을 찾았다.
STORY
성공가도를 향해 곧장 달리고 있는 아나운서 한경배. 곧 있으면 국회의원으로 나갈 예정이며 예쁜 아내와 3대 독자인 아들이 있기에, 자신을 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는 줄 알며 자신만의 정의를 지키는 그런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있어 장래의 희망인 아들 상우가 유괴당한다.
그리고, 얼마 후 걸려온 그놈의 전화.
"아들을 데리고 있으니 돈을 주면 만나게 해주겠다."는 말을 남긴 그놈.
그와 그놈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세상에 자신만만한 그는 이 사건 역시 만사형통 잘 해결될 거라 생각했지만, 그 믿음들이 하나 둘 깨지기 시작하는데...
과연 그는 그 놈을 잡을 수 있을까?
  
그놈 목소리의 볼거리
 
- 배우들의 아낌없는 열연
이 영화는 먼저 배우들의 연기에 초점을 둘 수 있다. 아무래도 영화의 성향이 무겁기에 그들이 선보이는 연기력이 바로 이 영화를 살리느냐, 죽이느냐의 기로에 서게 만든다.
이 영화에는 4명의 축이 존재한다. 설경구, 김남주, 김영철, 그리고 그놈이다.
이 영화에서 이 네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은 가히 절대적이다. 이들이 최고였다고는 말하지 못한다. 다만, 그들이 이 영화에서 보여준 모습들은 전체적인 영상에서 조화를 이루며 힘있게 보여준다.
 
- 실화를 영화화함에서 오는 강렬한 메시지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실화를 영화화한 것이다. 그러면서 보여주는 이 영화의 강렬함은 바로 메시지 그 자체일 것이다. 아마도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기억에 남는 가장 큰 것은 바로 영화에서 보여주는 메시지, 그 자체이다.
 
- 왜, 그놈 목소리인가?
1. 이 영화는 왜 현장 수배극이어야 했나?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스릴러 영화가 아니다. 이미 주어진 결과를 향해 처음부터 끝까지 달리는 영화이기에 그 자체로 이미 출발점이 다르다.
만일 할리우드였다면 흡사 <랜섬>과 같은 모습으로 변해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과 우리와는 기본적으로 사건을 보는 데 있어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유념해둘 필요가 있다.
덧붙여 실화를 영화화하는 데 있어 그 사건 자체에 더 비중을 두고 있고, 관객들에게 제작진의 의도가 곡해되거나 왜곡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메시지에 비중을 두기 위한 선택이었다.
만일 그놈의 존재를 보이며 경찰과의 대결구도를 선보였다면, 영화는 조금 더 재미있을지는 몰라도 그저 평범한 범죄스릴러 장르의 영화를 그대로 보여주어 본래 영화가 의도한 메시지 그 자체는 퇴색되어 이를 제대로 전달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2. 왜 주인공이 아나운서이어야 했던 이유가 무엇인가?
왜 하필 주인공이 아나운서이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을 맨 처음엔 가져야 했다. 그것도 언론이란 강력한 힘을 지닌 그에게 왜 그런 짐을 주어야 했었는지 유념해볼 필요가 있다.
언론은 하나의 사건을 자신들의 시선으로 모든 것을 전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그들이 가지는 힘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권력자이라고 할 수 있다.
극중 경배 역시 아나운서로 주가를 올리며, 곧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는 야심을 품은 존재다. 그런 그는 타인의 유괴 사건을 남의 이야기로 여기고 강 건너 불구경하는 입장이었기에, 자신만의 자극적인 멘트로써 자신이 가진 언론의 힘을 과신한다.
하지만 그가 유괴 사건의 당사자가 되었을 때에는 모든 것이 달라진다. 강자에서 약자로 뒤바뀐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다해 자신의 아이를 위해 내던진다. 그 결과는 그 역시 또 하나의 희생자로 남을 뿐이었다.
만일 주인공이 언론이라는 권력이 없는 이라면, 이 사건은 영원히 미궁에 빠진 사건 중 하나가 될 것이며 TV에서 소개되는 미제 유괴 사건의 소재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힘 있는 언론인이 아닌, 유괴 사건의 희생자가 된 한 사람의 아버지라는 점에서 그의 목소리가 더 설득력을 얻는 것이다.
만일 그가 아닌 다른 존재였다면, 그러한 목소리를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귀담아들을 수 있으며 보여줄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했던 결과가 아닌가 싶다. 이는 감독 자신이 이 사건을 다룬 방송의 조연출이었기에 알고 있던 것들을 단순히 방송이란 매체의 힘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담고 싶어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유괴 사건에 대해서 권력을 지닌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누구나 그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일깨우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본다.
 
<그놈 목소리>의 아쉬움
 
- 일직선을 향해 달리는 단조로운 이야기와 무거운 메시지로 인한 갑갑함
이 영화는 실화를 영화로 했기에 이야기의 시작과 끝은 정해진 곳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나간다. 44일이라는 시간 동안 그놈과의 피 말리는 대결은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패한 시점에서 가고 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은 보기 안쓰러울 뿐더러 갑갑하고 답답하다. 아마 이 부분이 왜 이렇게밖에 안 되고 그래야만 했는가에 대한 아쉬움을 남게 한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이 영화가 지닌 본질적인 의미이기에, 더욱 강하게 남는 아쉬움이야말로 이 영화의 강점이라고 본다. 그 갑갑함은 바로 우리 곁에 존재하는 것이기에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 배우들의 이미지 변신에서 오는 아쉬움
이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아쉽다면, 어머니 역인 김남주의 연기에 조금 아쉬움을 가진다. 한동안 연기와는 거리를 많이 두었기에 그런 느낌이 드는 지 모르지만, 단순히 전반부만을 따지고 보면 솔직히 와 닿는 면이 부족해 보였다.
연기를 오래 쉬고 난 뒤 오는 거리감 같은 느낌이 없지 않았다고 본다. 하지만 후반부에 보여지는 그녀의 모습은 진정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배우 김영철의 기존 인상이 워낙 강한 것이기에 그런 이미지를 기대했던 이들에겐 꽤나 큰 배신감을 주기 쉽다는 점에서 그의 이미지 변신은 아쉬움으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내겐 그의 새로운 변신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그놈 목소리>를 보고
 
- 왜, 그놈 목소리인가? : 아직 그놈과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영화는 이 사회에 대한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비단, <살인의 추억> 때의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아직도 진행되는 현실의 문제들을 하나의 영화 속에 담아내려 한 그 자체에서 오히려 더 점수를 줘야 하지 않나 싶다.
이전의 영화에서는 사람들로 하여금 풀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을 담게 했다면, 이 영화에서는 단순히 미궁의 사건이 된 것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고 새로이 그들의 이야기들을 일깨우게 한다.
역사의 흐름을 살펴 보면 마치 그 모습이 순환하는 과정을 그린다. 범죄 역시 그 과정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으며 오히려 그 양상은 더욱 잔인해지고 폭력적으로 변하고 있다.
과연 그러한 사실에서 과연 우리는 보고만 있어야 할까?
그저 분노만 해야 할까?
아니면 경찰을 탓해야만 할까?
이 영화는 그러한 생각들에서 한 걸음 더 걸어나가게 한다.
시간이 흘러서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그 기억들을 계속 남겨서 그 끝을 바로 잡고자 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악순환을 막아서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이 영화를 본 사람이 단순히 보고만 있고 남의 이야기로 지나치다가, 어쩌면 자기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결코 이 일을 그냥 방관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이 영화의 그런 면면이 바로 이 영화를 기억해야 하고 앞으로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만드는 하나의 시도라는 점에서 꼭 보아야 할 영화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더욱 값진 의미 있는 영화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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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맨 | 평소에는 어디든지 방콕하지만, 영화를 볼 때만큼은 영화관에서 사는 이. 방콕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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