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혜선은 내게 배우로 익숙한 연예인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단편 영화 <유쾌한 도우미>를 통해 감독으로서 각종 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그런 그녀가 영화에서는 배우와 감독 가운데 과연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 것인지 궁금해서 본 영화,
요술의 매력
배우 구혜선이자 감독 구혜선의 장편 데뷔작, 요술
TV에서 인기를 끈 스타라면 TV 이상으로 영화에 대해 관심을 가질 때가 많다. 이유인즉 TV의 혹독한 스케쥴에 반헤 영화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데다 그동안 쌇아놓은 이미지 변신의 기회와 연기력을 인정 받기 위한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연기자 할 것 없이 영화로 도전할 때 이와 같은 일종의 통과의례를 거치곤 한다. 하지만 구혜선은 기존의 길과는 다른 길을 걷는다, <요술>로 장편 영화 감독으로 데뷔한다는 소식에 과연 배우 구혜선보다는 감독 구혜선을 전면에 내세우며 주류 영화계 데뷔했다는 점이다.
<요술>은 흥행 배우도 없고 그렇다고 시선을 사로잡는 이야기를 보여주지 않는다. 이처럼 잘빠진 상업영화도 아닌데다 흥행에서는 다소 거리가 먼 모습을 보이지만 이 모습에서 그녀의 강점이 드러난다.
배우 구혜선으로 그녀가 대중에게 보여준 모습은 여러 번 있지만
감독 구혜선으로 그녀가 대중에게 보여준 모습은 그리 많지 않다.
물론 단편 영화 <유쾌한 도우미>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 영화가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작품인데다 나 역시 보지 않았기에 그녀의 영화를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다 <요술>에서 배우로 등장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보다는 감독이라는 점이 더 눈길을 끄는 것 또한 사실이다.
TV에서는 상업적인 면과 다소 전형적인 면이 강했던 그녀의 색깔이
영화로 와서는 정반대의 색깔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구혜선과 새로운 구혜선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이 영화의 매력이 아닐까.
익숙한 소재 하지만 조금은 색다른 감성을 보여주는 구혜선 감성 멜로 영화
<요술>은 학교를 무대로 명진(임지규), 지은(서현진), 정우(김정욱) 등 세 사람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영화로 청춘 군상의 우정과 사랑을 소재로 다룬 작품이다. 실제 이와 같은 소재를 다룬 작품은 이미 많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익숙함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나 이 영화는 기존의 영화와는 다른 방식으로 그려낸다. 두 명의 남자가 한 명의 여자를 두고 사랑과 우정으로 갈등하는 모습을 그려내는 데 있어 스토리 중심의 남성적인 스타일보다는 이라기보다는 캐릭터와 감성을 중심으로 여성적인 섬세함과 감성의 묘사가 돋보인다.
- 두 명의 명진의 이야기
이 영화에는 젊은 명진과 중년의 명진에 이르기까지 두 명의 명진이 등장한다. 치밀한 복선과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 전개보다는 인물을 중심으로 한 전개로 꾸며 나간다. 둘은 저마다 다른 전개를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어지는 연계성을 보이고 있다.
- 과거와 현재, 그리고, 환상 등 다채로운 접근
<요술>에는 시간적인 구성의 방식을 보이기 보다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그 속에서 때로는 이들이 교차하기도 한다. 주인공들의 감성을 그려내는데 있어 환상을 더해 판타지적인 요소를 담아내기도 한다. 이는 현실성을 중시하는 한국 영화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다채로운 접근과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대형 기획사 영화제작과는 차별화된 YG 엔터테인먼트의 영화 제작
<요술>은 YG 엔터테인먼트에서 직접 제작한 영화라는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이 전에도 SM엔터테인먼트, DSP엔터테인먼트와 같은 대형 기획사가 <평화의 시대>, <세븐틴>,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등의 영화를 제작한 적이 있다. 이 때 대개 아이돌의 인기에 치우친 팬을 위한 아이돌 영화를 만들었지만 영화 자체에 대해서 그리 좋은 평을 받은 건 아니다. 물론 최근에 한일합작영화 프로젝트인 ‘텔레시네마 프로젝트’를 통해를 제작한 바 있지만 이는 조금 드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YG 엔터테인먼트 역시 그 점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요술> 역시 기회가 된다면 얼마든 지 아이돌 영화로 그려낼 수 있는 기회는 있었으리라 본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그러지 않았다. 바로 이 점에서 타 기획사와는 다른 YG만의 방식으로 제작했다는 점에서 차별화와 오히려 강점으로 다가온다.
요술의 아쉬움
주인공 명진의 시점에 대한 불편함
<요술>에서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게 하나 있다. 일관되게 명진의 시점으로 이끌어내고 있지만 내눈에는 조금 불편해 보였다. 저마다 명진의 나레이션과 태도에 있어서 조금 의문스럽게 느껴진 점이 있다. 남성의 시점이나 너무나 여성스럽다고나 할까. 물론 이 부분이 그의 감수성이나 내면이 어느 정도 잘 드러났다면 모르지만 다소 부족한 느낌이었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다르기 마련이지만 적어도 내게는 조금 불편하게 느껴졌던 편이다.
요술을 보고
구혜선의 의미 있는 도전, 요술
<요술>은 상업적인 것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실패라고 얘기하기에는 이른 것 같다. 그 대신 다재다능한 구혜선이라는 인물을 드러내는 데 있어서는 최선의 방법을 택했던 게 아닌가 싶다.
배우 구혜선도 구혜선이고
감독 구혜선도 구혜선이며
인간 구혜선도 구혜선이다.
이전부터 그녀가 다방면에서 재능이 많다는 건 이미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이다. <요술>을 통해 한껏 뽐낼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었다는 점은 적어도 첫 작품으로서 상당히 좋은 선택을 한 건 아닐까.
영화를 보기 전에는 그녀의 도전이 다소 무모해 보이는 게 아닐까도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내 생각은 기우에 불과할 뿐 실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덕분에 다음에 어떤 모습으로 돌아온다 해도 거부감 없이 그녀의 선택을 맘편히 지켜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요술를 보고 떠올린 영화
요술이 학원물을 소재로 한 만큼 아무래도 그와 관련된 영화가운데 내가 본 작품이 머릿 속을 맴돌았다.
페임
동명 작품을 리메이크 한 영화. 청춘들의 꿈과 사랑을 담은 영화로서 극중 전개와 구성 등이 많이 닮은 작품이다. 지극히 현재의 아메리칸 스타일 답게 그려낸 작품이다. <요술>은 소재와 구성의 유사점을 가지고 있으나 그와 다른 결말을 이끌어 낸다.
드림업
개인적으로는 헐리웃판 스윙걸즈 느낌을 주는 영화. <나인>처럼 같은 구성을 담고 있는 영화. 이 영화 역시 구성이나 소재에 있어 유사성을 보이는 작품이기에 문득 생각이 난 영화.
철도원
<요술>을 보는 데 있어 명진이라는 인물의 인생 역정을 중심으로 본다면 <철도원>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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