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리코의 식탁 GA -1
* 주: 이 글은 노리코의 식탁 GA에서 제가 직접 보고 들은 걸 제 생각대로 정리한 터라 실제 내용과
차이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이해할 부분이 많지만, 그렇지 않은 분에게는 전혀 도움이 안 될 부분이 많으니 보시는
데는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진 및 글 정리 : 방콕맨
진행자: 영화 잘 보셨습니까. 그러면 이 영화의 감독님이신 소노 시온 감독님을
모시겠습니다.
감독: 안녕하세요.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진행자: 그럼 <노리코의 식탁> GA를
시작하겠습니다.
관객: 이 영화는 혹시 원작이 되는 소설이 있는 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만드신 계기는 무엇인지?
감독: 원작은 없고, 제가 모두 직접 만들었습니다.
자살클럽에서
여고생 54명의 집단 자살은 컬트집단과도 같은 옴진리교와 같은 부조리가 결국 어떻게 끝났을까 하는 의문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자살클럽의
끝맺음을 맺고 시었습니다.
전쟁영화로 보자면
<자살클럽>의 경우, 집단적인 성향을 그린 영화였다면,
<노리코의 식탁>은 병사의 내면적인 세계를 다룬 영화입니다.
각본을 쓰기 시작한 것이 5년 전과는 지금을 비교해보면 이제는 예상치 못하던 모습으로 변했다는
겁니다.
좋은 점이라면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이 가능해졌다는 것이고
나쁜 점은 그 만남의 대상이 바로 정체불명의
누군가라는 점입니다.
자살클럽을 만들때 만해도 인터넷에서 만나 자살을 공모한다는 식의 설정이 예언처럼 실제 일어나기도
했죠. 3~4년 전부터 이 영화를 제작에 착수 했는데, 지금의 일본에도 한국 싸이나 네이버 블로그와 같은 것들을 많이
이용합니다.
3,4년 전에는 친구들 사이에서 사이언스 픽션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이제는 그것이 가능한 세상이
되었죠. 영화에서 집에 컴퓨터가 한 대만 있다는 설정은 지금 보면 아주 낡은 설정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노트북을 통해 걸어다니면서도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을 만큼의 그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죠.
노리코가 폐허닷컴에서 만난 전국의 여학생과의 관계는 좋지만, 노리코와 가족과의 관계는 원만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노리코와 여학생의 관계는 아주 엷은 관계이죠.
얘기가 너무 길어져서 죄송합니다. 이러면 답이 되었는 지
모르겠습니다.
관객: 극중 대사인 ‘당신에게 있어 당신에게 관계있습니까?’의 의미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에 대한 감독님은 어떤 답을 가지고 계신가요?
감독: 그건 제게 있어 그 누구도 답할 수 없는 답입니다. 전 제 자신에 대해
자신을 가지고 있지만, 이 대사는 직업, 나이, 자신, 가족, 그 누구도 지칭하는 것이 아닌 본질적인 문제이기 때문이죠. 저도 확실히 저의 관계자이고는 싶지만, 아직까지는 그러질 못하고 있습니다.
관객: <수상한 서커스>과 <노리코의 식탁>에서의 가족의
의미는 동일한 겁니까?
감독: 그건 아닙니다. 가능하지 않은 가족 자체를 부정한 겁니다. 아버지는
영화에서 나오는 렌탈가족처럼 아버지의 역할에 맞는 연기을 하는 자체가 오해라고 봅니다.
지금의 일본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공부나 다른 문제로 꾸짖는 것 등의 사소한 문제가 살인으로 이어지고 있죠. 결국 이는 가정의 붕괴를 가져왔습니다.
모두가 자기가 자기의 역할에 맞게
부모가 부모의 흉내를 내고
자식이 자식의
흉내를 내는 것이 본질적인 문제라고 봅니다.
그래서, 렌탈가족 같은 것이 실은 부서지기 쉽다고
봅니다.
관객: 일본 영화는 상당히 디테일한대요. 영화에서 보면 노리코가 보라색 코트의
붉은 실을 끊는 장면이 나오는 데, 영화 속 붉은 색 실의 붉은 색이 의미하는 것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히키코모리가 일본에서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데 그 현상 역시 가족과의 관계에 문제가 이 영화와 동일한 지 감독님의 생각을 알고 싶습니다.
감독: 붉은 색 실은 새로운 것을 찾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노리코가
극중에서 탯줄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탯줄을 끊고 새로운 것들과 관계하려는 것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히키코모리는 가족과의 관계가 맞습니다. 하지만, 컴퓨터를 계속하면서 컴퓨터를 통해서 이야기하죠.
그래서, 히키코모리는 컴퓨터를 집에서 없애면 해결이 가능합니다. 결국은 같다고 봅니다.
노리코는 미츠코라는
닉네임을 가지는 것이 변신을 의미하죠.
히키코모리도 결국은 닉네임, 핸들명(닉네임과 유사)을 가지고 있죠. 그래서 현실에서는
별볼일 없지만, 인터넷에서는 현실의 자신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통하죠.
노리코의 일상은 찌그러진 모습이지만, 폐허닷컴에서는 미츠코라는 멋진 여성으로 통합니다. 그래서,
쿠미코를 만나게 되죠.
쿠미코 역시 실은 미츠코의 꿈과 같은 존재이죠. 인터넷에서만 존재하는 겁니다. 하지만, 실은 그녀
역시 실제로는 별 볼일 없는 존재이죠.
관객: 마지막 장면에는 가족으로 행복하게 식사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유카가
걸어가는 장면이 제게는 실은 죽어가면서 생각한 것으로 보였는데 제가 본 것이 감독님의 의도과 같은건지 궁금합니다.
감독: 제 생각에는 그건 아닙니다. 마지막 장면에서의 유카의 대사는 재생을 통해
절망속에서 희망을 찾아 떠난 걸로 생각합니다.
관객: 영화속 장면에서 테츠조가 칼을
휘두르는 씬에서 4인가족이 피범벅이 되기를 기대했는데, 영화의 마지막이 해피엔딩이라면, 어머니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요?
감독: 마지막 장면이 영화 중간에 반복되는데 그때로 되돌아보면 마지막 대사가
반복됩니다, 이는 결말을 비꼬는 의도이죠. 결국 누가 진심인지 누가 연기인지 알 수 없는 상태이죠.
영화에서 나레이션이 나오면 그에 따른
장면이 그대로 이어지는데 마지막에는 나레이션이 없습니다. 이는 나레이션에 따라서 진심인지 아닌지를 보인 거죠.
표면적으로는 가족이며, 실제로 가족인지 아니면 연기인지, 그리고, 그러한 행동이 진심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겁니다.
극중 유카가 노리코와의 함께 목욕하는 씬에서 유카의 대사는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사람인 노리코인지
미츠코인지 모르겠다고 하죠, 또한, 유카는 아버지인 테츠조가 보여주는 착한 아빠로서의 모습이 그의 진심어린 반성인지 아니면 연기인지 모릅니다.
따라서, 마지막 장면에서 유카가 노리코와 테츠조의 잠자는 모습을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짖는 건
자는 모습 만큼은 연기가 아니었다고 보아서입니다.
관객: 특별히 54란 숫자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혹시
한국영화를 보셨다면 관심이 가는 한국 영화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감독: 그건 아닙니다. 쿠미코가 코인로커 54에서 나온 이야기이기에 집착하게 된
거죠.
그리고, 한국 영화는 김기덕 감독과 <살인의 추억>의 감독인 봉준호 감독입니다. 특히
김기덕 감독의 작품은 전부봤지만, 그 중에서도 <파란대문>을 좋아합니다. 그 이유는 김기덕 감독의 초기 영화들은 테크닉은 없지만
야성미가 살아있기 때문에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