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따구리와 비 : 키아로스타미 영화학교의 기억으로 더욱 각별했던 영화

 

 

 

일본 영화 개봉이 뜸한 가운데 최근 개봉한 영화로 마침 상영일 날 볼 기회가 있어 본 영화. 일찍이 일본 개봉 소식 듣고 내심 궁금했던 영화인데 개봉 소식 듣고 일찌감치 기대작으로 점 찍은 작품..

 

딱따구리와 비의 매력

 

 

영화 만들기의 매력을 보여주다, 딱따구리와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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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와 비>의 매력은 아마도 영화 만들기 그 자체에 있다.

 

나무를 베는 일과 아들 걱정이 전부인 60대 벌목공

장편 데뷔작으로 인한 부담감으로 인해 점점 수렁에 빠져든 20대 영화감독

이들이 우연히 만나 함께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모습 하나 하나가 이 영화의 미덕이다.

 

벌목공의 관점에서 본다면

우연한 기회로 영화 제작부원을 도와주다 촬영 로케이션 해주기도 하고

엑스트라가 없어서 대신 엑스트라로 출연하고

이야기에 빠져서 그만 일도 제쳐두고 직접 영화 제작 스탭으로 활동하고

영화제작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위험을 해결해주는 해결사로 자처하기도 한다.

 

그리고 초보 감독의 관점에서 본다면

영화 감독 데뷔작이라는 입장에서의 무게감

영화를 촬영하는 데 있어 일어나는 각양각색의 문제들

현장을 벗어나고 싶은 욕망과 다양한 형태의 징크스, 그리고 스트레스

갖은 위기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한 명의 감독으로 거듭난다.

 

<딱따구리와 비>는 바로 이 두 사람의 모습을 통해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 하나 하나 보여줌을 통해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려낸다. 영화 만들기 과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매력적이며 그 자체로 볼 가치가 있다.

 

영화를 통해 보여준 교감 그리고 이해, 그것이 바로 영화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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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일반적으로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바로 일반적인 관객 마인드라 할 수 있다.

그러다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간다면

영화에 대한 평점을 한다거나

리뷰를 쓴다거나

국내외 영화소식을 전하는 정도로 진행되곤 한다.

그리고 조금 더 심화된다면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다.

 

영화를 보는 게 고작이던 벌목공인 남자가 영화 제작하는 사람들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영화에 빠져 사는 모습을 그린 일련의 모습은 영화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힘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벌목공인 남자가 아들 나이 또래의 영화 감독을 알게 되고 서로에 대해 우정을 나누고 교감을 하다 그를 통해 자신과 아들과의 관계를 돌아보게 된다.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건 바로 영화가 가지고 있는 힘으로 느껴진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 개연성이 있다거나 억지스런 설정으로 보일 수 있는 여지도 있을 지 모른다. 하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면 아마도 그렇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 않을까.

 

그들과 같은 입장이기에 여러모로 공감했던 영화

 

 

 

비록 상황은 다르지만 아마도 내가 <딱따구리와 비>를 보며 지극히 공감을 많이 했던 건 다름이 아니라 불과 얼마 전에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키아로스타미 영화학교를 통해 10일간의 영화 만들기를 했기에 더욱 공감했던 것 같다.

 

극중 벌목공 카츠처럼 영화 제작 같은 건 아는 것도 없으면서 영화가 좋아 키아로스타미 영화학교에 지원해서 영화 만들기에 무모한 도전을 했었고 나만의 단편 영화를 만들기 위해 내 나름대로 다양한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그래도 내가 생각하고 구상했던 작은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 그래서 어쩌면 <딱따구리와 비>를 보며 더 없이 공감했는 지도 모른다.

 

감독처럼 영화 만들기를 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시행 착오와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에서 나 역시 아들의 입장으로 그와 같은 일을 겪었기에 여러모로 공감했다. 아마도 그건 이 시대의 자식이라면 가지는 것들이 아닐까.

 

때론 벌목공의 입장에서 때론 감독의 입장에서 공감했던 영화. 그래서 더 좋게 다가왔던 영화.

 

딱따구리와 비를 보고

키아로스타미 영화학교의 기억으로 더욱 각별했던 영화, 딱따구리와 비

 

 

<딱따구리와 비>는 보는 사람마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게는 영화 만들기의 매력을 보여주는 영화다. 그리고, 그 의미는 내게 지난 4 18일부터 27일까지 10일간 보냈던 키아로스타미 영화학교의 그 시절과 묘하게 겹쳐져서 여러모로 의미 있게 다가왔다.

 

영화나 영상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이

영화와는 전혀 상관없지만 그저 영화가 좋아서 영화학교를 들었던 이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분야라 간접체험했던 이

그리고, 멘토라 할 수 있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님

 

10일간 아침부터 저녁까지

영화를 보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영화를 만들기도 하고

연기를 하기도 하고

촬영을 하기도 하고

그리고 자신들의 영화를 함께 보기도 한 기억들이

<딱따구리와 비>에 함께 겹쳐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인지 더욱 각별했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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